일회용 주사기 등 가격 인상… 의료 현장에도 중동발 쇼크 [홍은심 기자와 읽는 메디컬 그라운드]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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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 전쟁 여파로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그 영향이 의료 현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형 종합병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재고와 공급망이 충분하지 않은 동네 병의원에선 이미 진료 차질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뉴스1
홍은심 기자수도권에 있는 한 대형 병원은 최근 의료 부자재 공급업체로부터 가격 인상과 공급 제한을 알리는 공고문을 받았다. 일회용 주사기와 주삿바늘 가격을 15∼20% 인상하고 일정 기간 공급도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중동 지역 전쟁으로 인한 정세 불안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급이 어려워졌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 공고문이 절대 가볍지 않다. 수급이 흔들릴 경우 진료 지연이나 치료 차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주사기와 같은 의료 부자재는 진료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물품이다.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사용을 줄이거나 다른 물품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는 이런 재료비 상승을 즉각 반영하지 못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제조·유통 단계에서 비용이 반영되고 그 부담은 병원이 감당하게 된다.
이우용 성균관대 의무부총장(대장항문외과)은 “복지부는 현황 파악부터 해야 한다”며 “가격 상승이 보상 구조에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만 오르면 결국 병원이 적자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특정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 부자재는 필수 사용 물품이라 수요를 줄이기 어렵고 공급은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가격은 시장에서 형성되지만 병원은 협상할 여지가 거의 없다. 특히 중소병원이나 개원가는 재료비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제한적이어서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한다.
가격 인상 과정 역시 충분히 설명되거나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격은 공개돼 있지만 실제 원자재 비용 상승이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 유통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외부 변수에 따른 합리적 인상인지, 선제 대응까지 포함된 것인지도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같은 상황은 처음이 아니다. 감염병 유행, 글로벌 물류 대란, 환율 급등 때마다 의료 현장은 비슷한 압박을 겪어왔다. 그때마다 정부는 “점검하겠다” “안정화하겠다”는 대책만 반복했을 뿐 공급망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논의는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
정부의 대응은 주로 수급 상황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행 제도상 의료 부자재는 의약품과 달리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이 반복되면 의료기관의 부담이 커지고 이는 진료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품목은 이미 품절이 발생하는 등 수급 불안도 현실화하고 있다. 꼭 필요한 재료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필수 재료의 수급 불안이 진료 차질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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