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4년째 ‘천천히 함께’… 경계성 지능 아동 지원 이어간다

  • 동아경제

3년간 31억 원 기부… 4년차에도 12억 원 규모 지원
약 700명 참여, 사업 성과도 가시화… “기초학습능력 향상”

닛타 유키히로 패스트 리테일링 그룹 집행 임원.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
닛타 유키히로 패스트 리테일링 그룹 집행 임원.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
“아이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다르고 배움의 속도 또한 제각각입니다. 아이들의 속도에 맞춘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일본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모기업 패스트 리테일링 그룹 닛타 유키히로 집행 임원은 23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목련홀에서 열린 ‘천천히 함께’ 4차년도 사업 출범 협약식 및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천천히 함께’는 유니클로가 경계선 지능 아동(이하 느린 학습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과 함께 2023년 출범한 교육 지원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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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학습 아동은 지능지수(IQ)가 71~84 범주에 해당하는 이들로, 지적장애 기준(IQ 70 이하)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일반적인 교과 과정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학생의 약 13.6%(78만 명)가 이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학생 7명 중 1명꼴로 지적장애 학생보다 많지만, 장애 범주에 들지 않아 제도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교육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유니클로는 2023년 ‘천천히 함께’ 사업을 출범했다. 퇴직 교원, 정교사 자격증 소지자, 느린 학습자 전문 교사, 교육대 학생 등으로 구성된 멘토가 참여 아동에게 1대 1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읽기·쓰기·셈하기 등 기초 학습 지원과 정서 함양, 그룹 활동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아이들과미래재단 이훈규 이사장은 “사업 초기에는 경계선 지능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고 사회적 관심도 부족하다 보니 후원 기업을 찾는 일도, 지원 대상을 발굴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며 “특히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자녀의 상태를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유니클로가 사업 취지에 공감하고 함께해주면서 출발할 수 있었고, 퇴직 교원과 후원 기업, 학부모의 참여가 맞물리며 사업이 4년째를 맞았다”고 덧붙였다.

이훈규 아이들과미래재단 이사장.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
이훈규 아이들과미래재단 이사장. 김혜린 기자 sinnala8@donga.com
유니클로는 해당 사업에 지난 3년간 약 31억 원의 기부금을 지원했다. 현재까지 아동 699명, 멘토 399명, 374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누적 교육 활동 시간은 1만 7492시간에 달한다. 유니클로는 사업 4년차인 올해에도 약 12억 원 규모의 지원을 이어간다. 특히 올해는 사업 지역을 기존 수도권에서 부산까지 확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사업의 실질적 효과도 공개됐다. 지난해부터 서울대학교 김동일 교수 연구팀과 협업해 실시한 종단 연구에 따르면 사업에 참여한 느린 학습 아동의 기초학습능력이 향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목별 T점수 변화를 확인한 결과, 읽기·쓰기·수학 분야에서 평균 41.9점이던 점수가 47.3점으로 오르며 기초 학습 능력이 약 13%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저학년일수록 성취도 향상 폭이 월등히 높았다. 1학년 아동의 경우 T점수가 38.5점에서 49.5점으로 약 28.6% 급증했다. 단순히 학습 능력뿐만 아니라 자기 인식, 자기 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 관리, 책임 있는 의사결정 등 사회 정서 역량 전 영역에서도 고른 발달을 보였다. 학습장애 위험도도 완화됐다. 양육자의 학습장애 의뢰집단 비율도 71%에서 39.8%로 31.2%포인트 감소했다.

김동일 교수는 “학습 속도가 느려 학습 결손 누적이 나타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아이들이 뒤처지지 않고 진전도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부진을 논할 때 단순히 현재 수준보다 진전도가 중요한 만큼 학습 결손 누적을 막을 수 있다면 큰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과미래재단 김병기 본부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느린 학습 아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향후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NGO가 사각지대의 문제를 발견하고 기업이 후원해 그 해결 가능성을 증명해내면 공공기관이 법과 제도를 만들어 세금을 지원함으로써 대한민국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상 교복’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는 NGO와 유니클로가 느린 학습 아동을 후원하고 있지만 이 사업의 효과가 데이터로 증명된다면 향후 교육 관련 법안이 제정되고 예산이 편성돼 국가 차원의 공공 교육 정책으로 보급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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