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정부 시위’ 탄자니아, 군경 무력진압에 유혈사태

  • 동아일보

불공정 대선 논란 속 시위 격화
野 “강경 진압에 1000여명 사망”
‘아프리카 평화 등불’ 명성 타격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지난달 말 대선 이후 정정 불안이 가속화하고 있다. 야권은 부정 선거를 주장하고 있고 연임에 성공한 사미아 술루후 하산 대통령(사진)은 연일 반대파를 탄압해 갈등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0일 영국 BBC방송은 이를 두고 ‘1961년 건국 후 아프리카 내 평화와 안정의 등불’이라는 호평을 받아 왔던 탄자니아의 오랜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산 대통령은 대선 당시 97.66%라는, 민주 선거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 선거 전부터 주요 야당 지도자 두 명을 각각 반역죄로 구금하고 후보 등록을 거부하며 출마를 원천 봉쇄한 결과였다. 그는 3일부터 5년 임기를 시작했다.

이 여파로 대선 당일부터 최대 도시 다르에스살람을 중심으로 불공정 선거에 항의하는 과격한 시위가 이어졌고, 군경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유혈 사태가 빚어졌다. 제1야당인 차데마는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고 있다. 10일 탄자니아 가톨릭교회는 “시위에 대한 처벌이 총살과 살해가 돼선 안 된다”며 시위대 살해를 규탄했다. 야권은 독립기념일인 다음 달 9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해 당분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산 정권은 실탄·최루탄을 동원한 무력 진압 등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의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당국은 시위 사진·영상 공유 시 반역죄로 기소해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태의 배후에 세대 갈등도 있다고 짚었다. 최근 탄자니아, 마다카스카르, 네팔 등 아시아·아프리카 전역에서 확산한 ‘젠지(Z세대·1995∼2010년 출생자) 시위’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탄자니아는 1961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1992년 다당제가 도입됐다. 이후 정치·경제적 불안정이 심한 아프리카 내에서 대규모 시위나 폭력적인 권력 이양 없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체제를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독립 이래 계속해서 여당 탄자니아혁명당(CCM)이 장기 집권하고 최근 실업 등 경제난도 심화하면서 국민 불만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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