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가 추천한 명의]“난소암은 초기 증상 없어 발견 늦어… 적극적인 치료가 생존율 높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12>임명철 국립암센터 산부인과 교수
최근 항암제나 치료제 등 발전…수술-항암 병행이 생존율 높여
시기 잘 맞춰 치료해야 효과 좋아…가족력 의심된다면 유전자 검사를

《동아일보가 창간 102주년을 맞아 온·오프라인 건강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건강 플랫폼 ‘헬스동아’가 동아닷컴(www.donga.com)에 문을 연 데 맞춰 ‘명의가 추천한 명의, 여성 암’ 기획을 준비했다. 여성암 마지막 회는 난소암이다.》

난소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가 까다로운 암으로 알려져 있다. 임명철 국립암센터 산부인과 교수는 “수술 기법, 복강 내 항암제 및 표적·면역치료제가 발전하면서 난소암 생존율이 많이 높아졌다”며 “다행히 우리나라 환자의 절반 정도가 조기 난소암”이라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제공
난소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가 까다로운 암으로 알려져 있다. 임명철 국립암센터 산부인과 교수는 “수술 기법, 복강 내 항암제 및 표적·면역치료제가 발전하면서 난소암 생존율이 많이 높아졌다”며 “다행히 우리나라 환자의 절반 정도가 조기 난소암”이라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제공
명의들은 자신이 암에 걸리면 어떤 의사를 찾아갈까. 동아일보는 최근 국내 난소암 명의 34명에게 본인이나 가족이 난소암에 걸렸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들을 추천받았다. 이들이 추천한 명의는 총 186명. 이들 중 임명철 국립암센터 산부인과 교수와 장석준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임 교수를 찾아 난소암의 최신 치료법,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봤다.


―난소암 초기 증상은 무엇인가

“안타깝게도 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없다. 난소는 복강 내 공간에 돌출돼 있기 때문에 암이 생겨도 특별한 증상이 없다. 따라서 혈액의 일부가 배에 고이는 복수가 생기고 장 등 주변 장기에 크게 전이될 때까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난소암은 생존율이 굉장히 낮다. 그 이유는?

“최근에 생존율이 많이 향상됐다. 수술 기법, 복강 내 항암제 및 표적·면역치료제가 발전하면서 생존율이 높아졌다. 다행히 우리나라 난소암 환자의 절반 정도가 조기 난소암이다. 치료 시 수술과 항암을 하나의 패키지로 생각해 정해진 기간 내에 치료를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 시 ‘복강 내 잔류 종양이 얼마나 남아 있냐’에 따라 예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해진 조건 내에서 생존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첫째 수술로 잔류종양을 최소화하고, 둘째 항암제를 정해진 기간 내에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강 내 온열항암화학요법은 무엇인가?


“난소암은 복막에 생기고, 복강 내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복강 외로 암이 퍼진 4기 환자 생존율도 결국 복강 내 종양을 얼마만큼 잘 절제하느냐에 달려 있다. 복강 내에 항암제를 직접 투약하는 것을 ‘복강 내 항암요법’이라고 한다. 약 41도로 데운 항암제를 90분 정도 배를 닫은 상태에서 순환시키는 것을 복강 내 온열항암화학요법, 통상 하이펙(HIPEC)이라고 한다. 복강 안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미세 종양을 제거,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연구 결과 진행성 난소암에서 항암제를 먼저 투여한 경우, 하이펙으로 난소암 재발률을 40% 정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펙의 부작용이나 합병증은?

“복강 내 공간은 생각보다 안전한 제3의 공간이다. 혈관에 항암제를 투약하면 전신 반응과 부작용이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하이펙을 시행하면 항암제는 일부만 전신 흡수된다. 대부분 항암제는 90분간의 하이펙 이후 체외로 배출된다. 그래서 전신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적다.”


―난소암의 치료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수술이나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지나치게 걱정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분이 있다. 수술 후 ‘충분히 몸을 만들겠다’며 뒤늦게 요양병원에 가는 경우가 있다. 항암치료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재개하는 환자도 있다. 이런 경우 치료 성적이 뚝 떨어진다. 적극적인 치료를 받다가 생기는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장기적으로 해결되는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치료 도중에 생긴 문제가 무섭다고 치료 시기를 놓치고 이때 병이 자란다. 치료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암은 진행되는 것이다.”

―평소에 할 수 있는 난소암 예방법이 있다면?

“난소암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인자들의 작용으로 발생한다. 난소암의 위험인자로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으므로 난소암을 예방하거나 피하는 방법은 없다. 다만 난소암 가족력이 강하게 의심되는 경우 유전자 검사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연간 약 3000명 정도 난소암이 발생한다. 그중 약 15%가 BRCA와 같은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엄마가 난소암이고 BRCA 유전자가 있으면 남녀 가족 모두 검사해야 한다. 이 유전자가 있으면 난소암도 잘 생기지만 유방암, 대장암, 췌장암, 전립샘암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초경을 시작할 때, 운동을 충분히 많이 하는 것이 난소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난소암 환자들에게 당부를 한다면?

“난소암은 항암제만 잘 써도 환자의 90%가 암 수치가 정상이 된다.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복수가 사라질 정도로 반응률이 높다. 물론 반응률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반응률이 좋아도 상당히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유지요법 및 재발에 면밀한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는 하는 것이 물론 힘들지만, 치료를 이겨낼수록 암을 이길 확률도 높아진다. 결국은 치료 반응률이 목표가 아니고, 재발률과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적극적으로 치료받아 더 많은 난소암 환자가 암을 이겨내길 바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명의가 추천한 명의#난소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