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성명’ ‘넷플릭스 보이콧’…칸, 떨고 있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5월 21일 06시 57분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만비키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만비키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결산

日 영화 ‘만비키 가족’ 황금종려상
작품 감소…전통고수 칸에 긴장감


전통을 고수할 것인가.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일 것인가. 20일(한국시간)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 주어진 숙제이자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다.

● 황금종려상…日 ‘만비키 가족’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만비키 가족’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 등 21편이 경쟁부문에서 겨룬 가운데 심사위원들의 선택은 일본 사회를 담아낸 가족 이야기로 향했다.

‘만비키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좀도둑질로 살아가는 한 가족이 빈집에서 발견한 다섯 살 소녀와 함께 살며 겪는 이야기다.

심사위원장인 케이트 블란쳇으로부터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은 “영화는 대립하고 있는 사람과 사람, 멀어지려는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려는 힘을 갖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버닝’도 두 개의 상을 받았다. 이창동 감독은 전 세계 영화 비평가들이 수여하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고, 신점희 미술감독은 칸 국제영화제 기간 선정하는 기술 분야 최고상인 발칸상을 받았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의 주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 레드카펫에서 배우, 감독, 제작자 등 82명의 여성영화인이 “성평등을 위해 연대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의 주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 레드카펫에서 배우, 감독, 제작자 등 82명의 여성영화인이 “성평등을 위해 연대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변화…커지는 목소리

칸 국제영화제는 전통성을 고수하면서 지금의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여전히 차별적인 요소가 곳곳에 존재하고,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올해 영화제에서 82명의 여성 영화인들은 레드카펫에 함께 올라 ‘성평등 성명’을 발표했다. 영화제가 70년간 지속되는 동안 여성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명예수상을 제외하면 단 한 번뿐. 차별을 철폐하라는 목소리는 이번 영화제를 기점으로 더욱 커져가는 가운데 올해는 레바논 출신의 여성감독 나딘 라바키의 영화 ‘가버나움’에 심사위원상이 돌아갔다.

넷플릭스의 불참은 칸 국제영화제에 또 다른 고민을 안겼다. 오직 예술적인 가치로 초청작을 선정하는 영화제의 권위가 여전하다고 해도, 함께 진행되는 필름마켓에 참여한 작품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긴장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영화 ‘블랙클랜스맨’의 스파이크 리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영화 ‘블랙클랜스맨’의 스파이크 리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권력을 향한 날선 비판…칸의 특권

칸은 창작의 자유를 실현하는 표현의 창구 역할을 해왔고, 세상을 향한 비판을 꺼내는 무대로도 활용돼왔다. ‘블랙클랜스맨’의 스파이크 리 감독은 영화제 공식기자회견 도중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노골적인 욕설을 퍼부었다. 미국 사회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온 감독은 이번에도 “우리는 지도자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며 “더는 침묵할 수 없다”고 외쳤다. 그의 영화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러시아 영화 ‘레토’로 경쟁부문에 초청된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횡령혐의에 따른 가택연금으로 칸에 오지 못했다. 횡령혐의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사회 비판적 활동으로 주목받은 감독이 세계 영화의 무대에 나서는 것을 꺼린 러시아 정권의 결정이라는 해석이 따랐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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