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시사회, 다시 생각한다②] 영화 VIP 시사회는 어떻게 시작됐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18일 06시 57분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사진제공|영화사람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사진제공|영화사람
■ 한국영화 VIP 시사회의 유래

VIP 시사회가 영화계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오른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2004년 2월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일본배우 나카무라 토루를 비롯해 해외 영화 및 배급사 관계자, 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 취재진 등 100여명을 초대해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를 열었다. 물론 국내 배우와 감독 등도 참석했다. 한국영화가 처음 펼친 대형 이벤트였다.

그로부터 9개월여 뒤 11월 서울 CGV용산에서 영화 ‘역도산’이 엇비슷한 무대를 마련했다. 일본의 전설적인 레슬러 역도산의 이야기를 그린 만큼 키네마준보 등 일본과 버라이어티 등 해외 유수 언론 취재진이 초청받았다. 나카타니 미키 등 영화 주역 등 해외 배우들도 참석했다.

이 같은 ‘이벤트’는 국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영화 홍보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이미 1993년 ‘서편제’가 한창 흥행에 불씨를 댕길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전 민주당 대표가 영화를 관람한 뒤 각 언론에 작지 않은 비중으로 보도된 것도 현재 VIP 시사회의 또 다른 맹아가 됐다.

‘역도산’ 이후 많은 영화가 홍보효과를 기대하며 특히 톱스타급 배우들을 초대해 영화를 관람하는 기회를 선사하는 이벤트가 줄이었다. 언론 보도가 잇따랐음은 물론이다. 이후 ‘VIP 시사회’라는 이름도 정착했다. 2006년 즈음 한국영화가 다시 침체에 빠지고 그 직전 몇 년 사이 흥행수익을 노리고 충무로에 뛰어든 자본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VIP 시사회 역시 사라지는 듯했지만 한국영화가 다시 그 위상을 확고히 하면서 다시 진행됐다.

이제 영화 개봉에 앞서 ‘관례’처럼 이어지는 VIP 시사회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시작되고 있다. ‘역도산’의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출신인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제작사 영화사 람 최아람 대표는 SNS를 통해 “(‘역도산’ 이후)10년 넘게 지난 지금은 모든 영화가 당연히 하는 것처럼 VIP 시사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비용은 비용대로 사용하고, 스태프의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 반면 홍보효과는 당시처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업계 많은 분들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금 더 좋은 영화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신생 영화 제작자의 시도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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