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과 화이트,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남(男)과 여(女), 혹은 여와 남. ‘개취’(개인취향)일 뿐인 각기 시선에 성적(젠더·gender) 기준과 잣대를 들이댈 이유는 전혀 없다. 생물학적으로 다른 존재들일지언정,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자의 취향대로다. 두 남녀기자가 매주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적어도 눈치 보는, ‘빨아주기’식 기사는 없다. 엔터테인먼트 각 분야 담당기자들이 ‘갈 데까지 가보자’고 작심했다. 가장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시선을 유지하자며.
■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 16부작·4월7일 첫 방송 ● 극본=진수완, 연출=김철규 ● 주연=유아인·임수정·고경표 ● 줄거리
017년을 배경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의 열혈 여성 팬, 작가의 글을 대필하는 ‘유령작가’가 골동품 타자기를 매개로 1930년대로 이동한다. 일제강점기 사랑과 우정, 자아 등을 지키며 살아가는 청춘의 자화상을 그린다.
● 히트다히트
화사한 벚꽃의 기운이 어둠마저도 환히 비추던 봄날의 밤, 창경궁에선 댄디한 모던보이와 화려한 모던걸이 진한 밀어를 속삭였다. 명치정(명동)과 같은 번화한 근대도시의 딴스홀(댄스홀)과 구락부(클럽)에선 경쾌한 왈츠와 스윙의 리듬이 그 속삭임을 끊임없이 유혹했다. 서로를 탐하며 어쩌면 지금 이 시대보다 더 모던한 사랑을 꿈꿨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나라 잃은 슬픔을 달래려는 또 다른 몸부림이라고 하기엔 일제강점의 식민 상황은 너무도 뼈아팠다. 근대적 일탈과 아픔이 뒤섞인 ‘바로 그 시대, 그 곳’의 골목골목을 뒤쫓는 스토리텔러들의 힘겨움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시카고 타자기’에 기대한 것도 그래서 ‘바로 그 시대, 그 곳’이었다. 1930년대 경성의 풍경, 그리고 청춘. ‘암살’과 ‘밀정’ 등을 통해 시대적 공기를 맡아온 이들의 눈에 비칠 새로운 이야기.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아니 한세주(유아인)와 전설(임수정)을 통해 또 한 번 체험하게 될 그 시대와 공간에 관한 설정은 그냥 나왔을 리 없다.
어디선가 많이 봐왔던 ‘캔디형’의 전설과, 과거의 아픔을 감춘 채 성공가도를 내달려 안하무인의 위세를 떠는 숱한 드라마 속 반복적 인물인 한세주라 할지언정, ‘시카고 타자기’는 이제 1930년대 경성의 풍경이라는 광대한 스토리의 바다를 한껏 펼쳐 보이려는 찰나 아닌가. 본격적으로 그 바다를 향해 나아갈 이야기가 더욱 속 깊은 시대적 공기로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자신의 재기를 한껏 부려가고 있는 유아인과 아직은 2% 부족한 듯, 하지만 그것 역시 초반 내보인 캐릭터의 한계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임수정의 저력도 그 바탕이 될 게다.
그런 의미에서 눈 질끈 감고 선사한 점수, ‘히트다 히트’. 무리일까. ■ 평점아이콘, 이렇게 갑니다
● 히트다 히트 말이 필요할까요. 눈과 귀가 즐겁습니다.
● 알쏭달쏭 지금은 모르겠어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건 아니야 시간과 돈이 아까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