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남과 여①] 스토리의 바다, 경성 풍경 그대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13일 09시 00분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는 임수정(왼쪽)과 유아인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크다. 2017년에서 80년 전으로 날아가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다소 전개가 복잡하다는 엇갈린 반응이 제기된다. 사진제공|tvN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는 임수정(왼쪽)과 유아인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크다. 2017년에서 80년 전으로 날아가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다소 전개가 복잡하다는 엇갈린 반응이 제기된다. 사진제공|tvN
블랙과 화이트,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남(男)과 여(女), 혹은 여와 남. ‘개취’(개인취향)일 뿐인 각기 시선에 성적(젠더·gender) 기준과 잣대를 들이댈 이유는 전혀 없다. 생물학적으로 다른 존재들일지언정,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자의 취향대로다. 두 남녀기자가 매주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적어도 눈치 보는, ‘빨아주기’식 기사는 없다. 엔터테인먼트 각 분야 담당기자들이 ‘갈 데까지 가보자’고 작심했다. 가장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시선을 유지하자며.

■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 16부작·4월7일 첫 방송
● 극본=진수완, 연출=김철규
● 주연=유아인·임수정·고경표

● 줄거리

017년을 배경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의 열혈 여성 팬, 작가의 글을 대필하는 ‘유령작가’가 골동품 타자기를 매개로 1930년대로 이동한다. 일제강점기 사랑과 우정, 자아 등을 지키며 살아가는 청춘의 자화상을 그린다.


● 히트다히트

화사한 벚꽃의 기운이 어둠마저도 환히 비추던 봄날의 밤, 창경궁에선 댄디한 모던보이와 화려한 모던걸이 진한 밀어를 속삭였다. 명치정(명동)과 같은 번화한 근대도시의 딴스홀(댄스홀)과 구락부(클럽)에선 경쾌한 왈츠와 스윙의 리듬이 그 속삭임을 끊임없이 유혹했다. 서로를 탐하며 어쩌면 지금 이 시대보다 더 모던한 사랑을 꿈꿨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나라 잃은 슬픔을 달래려는 또 다른 몸부림이라고 하기엔 일제강점의 식민 상황은 너무도 뼈아팠다. 근대적 일탈과 아픔이 뒤섞인 ‘바로 그 시대, 그 곳’의 골목골목을 뒤쫓는 스토리텔러들의 힘겨움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시카고 타자기’에 기대한 것도 그래서 ‘바로 그 시대, 그 곳’이었다. 1930년대 경성의 풍경, 그리고 청춘. ‘암살’과 ‘밀정’ 등을 통해 시대적 공기를 맡아온 이들의 눈에 비칠 새로운 이야기.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아니 한세주(유아인)와 전설(임수정)을 통해 또 한 번 체험하게 될 그 시대와 공간에 관한 설정은 그냥 나왔을 리 없다.

어디선가 많이 봐왔던 ‘캔디형’의 전설과, 과거의 아픔을 감춘 채 성공가도를 내달려 안하무인의 위세를 떠는 숱한 드라마 속 반복적 인물인 한세주라 할지언정, ‘시카고 타자기’는 이제 1930년대 경성의 풍경이라는 광대한 스토리의 바다를 한껏 펼쳐 보이려는 찰나 아닌가. 본격적으로 그 바다를 향해 나아갈 이야기가 더욱 속 깊은 시대적 공기로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자신의 재기를 한껏 부려가고 있는 유아인과 아직은 2% 부족한 듯, 하지만 그것 역시 초반 내보인 캐릭터의 한계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임수정의 저력도 그 바탕이 될 게다.

그런 의미에서 눈 질끈 감고 선사한 점수, ‘히트다 히트’. 무리일까.

■ 평점아이콘, 이렇게 갑니다

● 히트다 히트
말이 필요할까요. 눈과 귀가 즐겁습니다.

● 알쏭달쏭
지금은 모르겠어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건 아니야

시간과 돈이 아까울 수 있습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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