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들국화, 해체 6년만에 공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2일 08시 00분


■ 1993년 3월 22일

2004년 전인권의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가 다시 불리고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덕분이다. 드라마가 이제 막 시작될 즈음, 한 휴먼다큐멘터리는 작곡가 겸 가수 최성원의 이야기로 시선을 모았다. 두 사람은 1980년대 그룹 들국화(사진)의 주역이다.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이 함께했던 들국화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 건 아닌지 많은 이들은 아쉽기만 하다.

1993년 오늘, 들국화가 서울 동숭동 충돌2 소극장 무대에 섰다. 공연은 이날부터 4월 중순까지 펼쳐졌다. 그러나 1987년 그룹 해체 6년 만의 무대를, 팬들은 반가움으로만 바라볼 수 없었다. 들국화의 ‘원년멤버’였던 최성원, 허성욱, 주찬권, 최구희가 4월7일부터 18일까지 서울 동숭동 낙산극장에서 역시 공연한다고 알렸기 때문이다.

그룹 들국화는 1983년 전인권(보컬), 최성원(베이스), 허성욱(키보드)의 팀을 모태로, 2년 뒤 주찬권(드럼) 최구희(기타) 등이 합류해 첫 앨범을 냈다.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세계로 가는 기차’ ‘매일 그대와’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등 대부분의 수록곡이 인기를 모았다.

1집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명반으로 남아 있다. 멤버 모두가 작사·작곡 실력을 갖췄고, 방송활동을 통하지 않고도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음악적 재능을 지녔던 들국화는 록음악을 언더그라운드에서 대중음악계 주류의 무대로 끌어올렸다. 국내 가요계에 록 발라드라는 새로운 대중적 무대의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정치사회적 암울함 속에서 폭발적으로 내지르는 전인권의 샤우트 창법과 주옥같은 멜로디는 청춘의 힘겨움에 희미한 탈출구가 됐다. 하지만 들국화는 멤버들 사이의 이견, 특히 전인권과 최성원의 강한 개성만큼 부딪침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먼 훗날 이들의 다양한 언급은 당시 팀의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활동 2년이 지날 즈음 헤어지고 말았다.

이후로도 이들은 화학적으로 융화할 수 없었다. 1997년 허성욱이 캐나다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잠시 무대에 함께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드러머 주찬권도 세상과 이별하면서 그룹 들국화의 온전한 무대는 지금까지도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물론 공식적인 해체 선언 혹은 발표는 없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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