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 “반짝인기에 휘둘리지 않으려 한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월 29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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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라미란.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연기자 라미란.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15년 그 누구보다 쉼 없이 활동을 벌인 연기자 라미란(41). 지난해 초 영화 ‘국제시장’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일조하고, 연말에는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안방극장까지 장악했다. 그는 “받은 사랑과 관심보다 더 뻥튀기처럼 드러난 해였다”고 돌이켰다.

29일, 1월의 마지막을 이틀 앞두고 있지만 2016년이라고 다르지 않다. 2월24일 첫 방송하는 SBS 새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와 영화 ‘김선달’ ‘덕혜옹주’ 촬영을 병행하며, 또 tvN ‘막돼먹은 영애씨15’도 준비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다음 작품은 언제 들어가지?’라고 걱정했던 시기가 길었다. 일하는 것보다 쉬는 기간이 길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더 일을 해야 당시의 갈증이 채워질 것 같다. 일을 하지 않으면 배우가 아니지 않나. 일을 계속 하고 있어야 배우로서 살아갈 수 있고, 저도 살 수 있다.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하겠다. 하하!”

대신 나름의 규칙을 정했다. “작품이 겹치지 않고, 대중이 질리지 않는 연기를 하도록 끊임없는 연구를 하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라미란은 ‘응팔’에서 손 크고 통도 크고 게다가 마음씨도 좋은 ‘치타여사’ 라미란을 맡았다. 그동안 많은 ‘아줌마’를 연기했지만, 그가 그려내면 아줌마라도 여느 사랑스러운 캐릭터보다 매력적으로 표현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줌마는 우악스럽고 수다스럽지 않나. 그래서 비껴가려고 했다. 모든 작품에 처한, 아줌마라는 캐릭터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매번 대중의 예상에서 조금씩 비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응팔’에서 막내아들에게 자신이 영어를 하지 못하는 사실을 밝히는 장면이 꽤나 뇌리에 남았다. 그는 “지문에 ‘무안한 듯 멋쩍은 웃음’이라고 나와 있는데 한참 고민했다”며 “촬영하면서도 저 자신도 몰랐던 감정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특히 이번 작품은 참여하는 연기자를 떠나 시청자 입장에서도 의미가 남달랐다. 대부분의 가족드라마는 가족을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는 하나의 배경으로 사용되고, 또한 부모가 전면에 나서는 드라마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응팔’ 끝나면 이제 뭘 보느냐”는 80대 친정엄마의 말이 라미란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엄마가 다른 드라마를 보면서 ‘쟤들은 왜 저렇게 싸우냐”고 하시는데 이번에는 다르셨다.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이런 드라마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저 역시도 제 캐릭터가 그냥 부모의 역할로만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전면에 나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

연기자 라미란.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연기자 라미란.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라미란은 “멜로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60대에도 지금 얼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그때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응팔’의 이일화보다 실제로 어린데 화면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며 “팔자주름을 펴든가 해야지”라며 웃었다.

그리고 “아들이 혼자 라면을 끓일 수 있을 때” 자신의 연기가 시작된 연극무대로도 돌아가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아들은 “라면에 참기름을 넣는 기술”을 습득할 정도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3년 전 연극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연극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모여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하는 작업이다. 다른 것과 병행하면서는 불안해 무대에 서지 못할 것 같다. 연극에 ‘올인’할 수 있을 때 꼭 하겠다.”

연극에 대한 애정은 단 한번도 잊지 않았지만 그 순간을 맞았을 때를 상상하니 “대사 한 마디를 입에서 뗄 수 있을지 무섭다”고 걱정했다.

조연에서 신 스틸러, 이제는 당당하게 주인공 역할까지 꿰찬 라미란이지만, “연기자라는 직업은 위험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더 불안하다”고 한다. 단 한번도 “꼭대기에 서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정상에 선 뒤 언젠가는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지금 저에 대한 반응은 ‘반짝’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배우 생활을 하기 위해서, 이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한다. 작품에서의 분량은 상관없다. 송곳처럼 삐져나오지 않으며 두드러지지 않고, 또 있는 듯 없는 듯 잘 스며들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가늘고 길게 가는 게 진짜 목표다.”

스포츠동아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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