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재벌 미화 논란 ‘야망의 세월’ 개별 드라마 첫 토론회 개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8월 24일 07시 05분


■ 1999년 8월24일

최근 재벌그룹이나 재벌가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날로 시청률이 치솟고 있는 SBS ‘용팔이’를 비롯해 이미 막을 내린 ‘가면’ ‘상류사회’, 현재 방영 중인 MBC ‘여자를 울려’ 등이 그 무대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세계’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강한 호기심, 물질적 욕망을 채워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대리만족이 배경이 된다. ‘갑질’로 상징되는 일부 재벌가 2, 3세들의 일탈에 대한 불신과 비난의 시선이기도 하다. 영화 ‘베테랑’이 관객에게 안겨주는 쾌감도 거기에서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경제가 대기업의 상당한 영향력 아래 놓여 있는 것도 사실. 재벌그룹 혹은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1999년 오늘, 방송위원회가 KBS 2TV 주말극 ‘야망의 세월’과 관련해 ‘TV드라마의 형태에 관한 사례 연구’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개별 프로그램과 관련한 이 같은 토론회는 처음이었다. 방송학자들과 드라마 제작자 등이 참여한 토론회에서는 ‘야망의 세월’이 다루는 이야기에 대한 논란은 물론 그 장르와 관련한 논쟁이 오갔다.

‘야망의 세월’은 1990년 10월20일부터 정확히 1년 동안 방송됐다. 유인촌, 황신혜, 박근형, 강부자, 이휘향 등이 주연했다. ‘꾸숑’이라는 캐릭터 이름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일약 화제를 모은 최민식(사진)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1965년 한일협정 반대투쟁에 나섰던 대학생(유인촌)이 훗날 건설회사에 입사한 뒤 펼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건설회사를 중심으로 한 재벌그룹과 재벌가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드라마는 당시 현대건설 회장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학생운동을 하다 대기업에 입사해 강한 추진력과 업무능력으로 회장직에까지 오르며 입지전적인 스토리로 화제를 모았던 이 전 대통령의 실제 스토리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토론회에서는 이를 두고 “재벌기업 홍보 또는 미화”라는 비판이 나왔다. “창작의 자유”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에 맞섰다. 전남대 변동현 교수는 “이 드라마가 실제 인물과 흡사한 설정 등을 통해 일부 대기업을 미화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방송비평가 김성희 씨는 “경제성장을 기업의 업적으로만 부각하고 근로자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1960∼70년대 경제성장과 산업화는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신음한 근로자들의 희생이 바탕이 됐다는 지적이었다. 이 같은 비판 속에 드라마는 방송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등 두 차례에 걸쳐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심현우 제일영상 대표는 “드라마 등에 지나치게 사회교육적 기능을 강조하는 것은 무리다”면서 “드라마는 그 자체로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라마와 영화가 다루는 ‘현실’의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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