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전에 밀려도 늘 바른말만… 요즘 이런 名재상 없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KBS 대하사극 ‘징비록’에서 류성룡 역을 맡은 김상중(위 쪽)과 선조 역의 김태우. 김상중은 “‘나라에 변고가 생겼는데, 책임지는 이가 없다면 이 나라는 허깨비의 나라가 되지 않겠나’라는 대사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김태우는 “선조가 나라를 버리고 도망가려 한 왕이라고 비난
받지만 선조의 입장에서 그 이유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KBS 화면 캡처
KBS 대하사극 ‘징비록’에서 류성룡 역을 맡은 김상중(위 쪽)과 선조 역의 김태우. 김상중은 “‘나라에 변고가 생겼는데, 책임지는 이가 없다면 이 나라는 허깨비의 나라가 되지 않겠나’라는 대사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김태우는 “선조가 나라를 버리고 도망가려 한 왕이라고 비난 받지만 선조의 입장에서 그 이유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KBS 화면 캡처
‘소설 징비록’ 작가 4인의 ‘드라마 징비록’ 시청소감

《 ‘2인자’가 또다시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까. 임진왜란때의 ‘전시 재상’ 류성룡을 주인공으로 한 KBS1 대하사극 ‘징비록’(토·일 오후 9시 40분)이 3회까지 10%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지난해 상반기 방영돼 최고 19.8%의 시청률을 기록한 사극 ‘정도전’에 이은 또 다른 ‘2인자 드라마’다. 》

드라마 방영에 발맞춰 ‘징비록’ 관련 도서 10여 종도 최근 잇따라 출간됐다. 이 중 ‘소설 징비록’도 4편이 나왔다. 이 소설을 쓴 이번영(나남) 이수광(북오션) 박경남(북향) 이재운(책이있는마을) 작가로부터 드라마 징비록을 본 소감을 들어봤다.

1∼3회를 본 소설가들은 “임진왜란 전 국내외의 정치 상황을 폭넓게 보여줬다”며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번영 씨는 “도입부에서 종계변무(宗系辨誣·명나라가 잘못 기록된 조선 태조 이성계의 가계를 고쳐 써달라고 조선이 요구한 일), 정여립 역모, 일본 내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위상 등을 잘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류성룡 캐릭터가 아직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수광 씨는 “아직 극 초반부에 불과하지만 1, 2회에서 류성룡(김상중)이 이산해(이재용), 윤두수(임동진) 등에 비해 부각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류성룡은 임진왜란 때 선조를 곁에서 보필하며 병력과 군량을 모으고 외교에서 활약한 명재상이지만 드라마 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을 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정도전의 경우 2인자지만 자신의 이념을 투영해 조선 건국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차별점이 있지만 충신 캐릭터인 류성룡은 자칫 평면적 인물에 그칠 수 있다는 것.

연출자인 김상휘 PD는 “류성룡 캐릭터가 밋밋할 수도 있어 매우 고민스럽다”며 “우직하고 뚝심 있는 인물로서의 매력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들은 류성룡의 입체적인 인물상을 잘 살려내는 것이 드라마 성패의 관건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재운 씨는 “전쟁 발발 때 좌의정이던 류성룡은 왕과 함께 피란하던 중 개성에서 삭탈관직돼 무보직 상태에서 책임감 하나로 왕을 보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을 보여줬다”며 “조선군 지휘권이 명나라에 넘어가자 비밀리에 유격군을 운용하기도 한 강단 있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수광 씨는 “류성룡은 겉으로 온화하면서도 속으론 불같은 열정을 갖고 있는 외유내강형 인물로 소설을 쓸 때도 캐릭터를 잡기가 어려웠다”며 “그의 눈에서 서슬이 뿜어져 나올 땐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배우 김상중은 “류성룡은 감정의 고저가 뚜렷하지 않아 표현이 어렵다”며 “고요한 감정을 유지하다가 비수처럼 날카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앞으로 선조(김태우)와 류성룡의 갈등 구조가 인기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태우는 ‘역대 왕 중 가장 높은 톤’의 목소리로 신경질적이고 이중적인 선조의 내면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재운 씨는 “선조는 당쟁을 이용해 신하들을 부린 무서운 왕”이라고 말했다. 이수광 씨도 “수십 년 동안 지기처럼 지내다가 말년에 서로 등을 돌린 선조와 류성룡의 갈등을 어떻게 그릴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형일 CP는 “임진왜란 당시 백성을 저버리고 왕실의 안위에만 힘쓰는 왕, 전란으로 흩어진 민심, 국가의 이익보다 붕당의 이익을 앞세우는 정치가들 사이에서 활약한 류성룡을 통해 당파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1인자에게 직언하는 명재상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이재운 씨는 “선조에게 명나라로 갈 것을 종용하던 신하들이 전후 1등 공신에 올랐지만 류성룡은 2등 공신에 그쳤다”며 “바른 말 하는 사람은 늘 뒷전인 것은 오늘날의 정치 상황과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징비록#시청소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