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은 1000만 팬 믿고, 항상 새로운 길 개척해 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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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클럽’ 가입 영화감독 - 제작자, 부산국제영화제서 포럼 개최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엔 한국영화 ‘천만클럽’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강우석 강제규 감독과 최용배 대표, 윤제균 감독, 원동연 김민기 최재원 대표, 김한민 감독, 김형준 대표, 전양준 아시안필름마켓 운영위원장. 부산=정양환 기자 ray@donga.com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엔 한국영화 ‘천만클럽’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강우석 강제규 감독과 최용배 대표, 윤제균 감독, 원동연 김민기 최재원 대표, 김한민 감독, 김형준 대표, 전양준 아시안필름마켓 운영위원장. 부산=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000만 한국 영화가 10편이나 쏟아질 수 있었던 건 영화인들이 전하려는 메시지와 상업영화가 결합해 관객과 소통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세계 어느 영화 시장에서도 볼 수 없던 전대미문의 일입니다.”(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선 영화계에서 쉽게 볼 수 없던 광경이 연출됐다. 한국 영화의 ‘천만클럽’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필름마켓이 개최한 포럼 ‘천만 영화를 통해 바라본 한국영화 제작의 현실과 전망’ 참석자들이었다. 천만 영화 10편 가운데 촬영 일정이 있는 ‘왕의 남자’(2005년)와 ‘도둑들’(2012년) 관계자만 빼고 8명의 감독과 제작자가 참석했다. 진행자인 ‘실미도’(2003년)의 제작자 김형준 한맥문화대표를 포함하면 9명이다. 김 대표는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때 이후 이렇게 모인 건 처음 봤다”고 농담했다.

포럼의 열기는 뜨거웠다. 천만 영화란 대박을 내고도 안정된 제작 환경을 누릴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은 “천만 영화 찍어 돈 많이 번 줄 아는데 2, 3년 후엔 다시 적자를 보는 게 영화 시장”이라고 했다.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의 강제규 감독도 “천만을 돌파했을 때 (빚을 갚는단) 안도감이 컸다. 하지만 ‘마이웨이’(2011년) 이후엔 더이상 영화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투자 배급사와 극장이 너무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게 문제”라며 △대기업과 제작사의 공정한 이윤 배분 △스크린 독과점 방지 △표준계약서 문화 정착 △투명한 온·오프라인 통합전산망 구축을 과제로 꼽았다. ‘7번방의 선물’(2013년)의 김민기 화인웍스 대표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창의적인 시나리오 개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영화계의 불안한 고용 시스템도 화제에 올랐다. 포럼을 듣던 한 여성은 “영화 현장에서 일할 때 월급으로 20만 원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해운대’(2009년)의 윤제균 감독은 “영화가 흥행해도 스태프에게 돌아가는 이득은 크지 않다. 영화 종사자 모두 안정적으로 가계를 꾸릴 수 있는 ‘직장’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민 감독도 “천만 영화에 기뻐하기보다는 무거운 숙제와 짐을 잔뜩 짊어진 기분”이라고 했다.

중국 영화시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나왔다. ‘괴물’(2006년)의 최용배 청어람 대표는 “중국 투자자들이 ‘괴물2’ 제작에 관심이 크다. 괴물을 리메이크하자는 제안도 한다”며 “중국은 할리우드 이상의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므로 상호협력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 대표는 “몇몇 감독이나 배우를 통한 활로 개척으로는 중국과 평등한 파트너 관계를 맺기 어렵다. 한국 영화계가 힘을 합쳐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중국의 머니파워에 휘둘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천만 영화의 저력에 대해 강우석 감독은 ‘뻔뻔함’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흥행 자체보다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겠다는 뻔뻔한 의지가 필요하다. 영화계와 관객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천만 영화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건드렸기 때문에 탄생했다”고 자평했다. ‘변호인(2013년)’의 최재원 위더스필름 대표는 “(내용의 질보다는) 외형 중심의 제작이 만연하고 자본의 논리가 강화된 점은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천만클럽#천만관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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