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 기자의 여기는 칸] 창 감독 “난 이단아, 쉬웠던 건 아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5월 24일 0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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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창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프랑스 칸에 도착하고 맞은 첫 날 새벽. 창 감독은 뤼미에르 극장을 바라봤다. 칸 국제영화제 주 상영관. “저 곳에 내가 오르는 구나.”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그는 말했다.

창 감독은 두 번째 연출 영화 ‘표적’으로 칸 국제영화제에 왔다. 세계 각국의 신선한 작품을 엄선해 소개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진출했다. 처음 칸을 찾은 그는 “이단아 같은 내게 이런 기회가 왔다”며 놀라워했고, 한편으론 더 많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칸에서 창 감독을 만났다. ‘이단아’라는 말부터 나왔다. 소위 ‘잘 나가는’ 뮤직비디오 연출자로, 광고 감독으로 활동하다 영화로 전향한 이유를 설명하면서였다. 그는 영화제에 와서도 가장 하고픈 일은 “여러 감독들과의 대화”라고 했다.

“나는 단편영화를 찍으면서 시작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뮤직비디오에서 영화를 연출하는 과정으로 넘어오는 게 꼭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고생도 했다. 내가 손에 쥔 걸 놓아야 하는 결단이 필요했으니까.”

본명(윤홍승) 대신 이름을 ‘창’으로 정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창’이란 그의 이름은 영화계에서 여러 시선과 호기심을 만들어낸다. 대부분 자신의 본명으로 활동하는 영화감독들 사이에서 그는 이름부터 분명 ‘튄다’.

“멋 내려고 지은 이름이 아니다. 어릴 때 누구나 꾸는 꿈이 있지 않다. 나는 감독이었다. 감독이 되면 내 고유명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한자로 풀이하면 ‘만들 창’이다. 소중한 이름이다. 내가 감독으로 사는 동안은 꼭 ‘창’을 쓰고 싶다.”

그는 2002년 가수 보아의 뮤직비디오 ‘늘’을 연출하며 데뷔했다. 여러 인기가수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거쳐 영화 연출을 맡은 건 2008년 공포영화 ‘고사:피의 중간고사’.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창 감독은 “진짜 데뷔작은 ‘표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고사’는 마치 긴 뮤직비디오를 찍는 기분이었다. 그 뒤에 몇 편의 단편이 있었지만 영화 시스템은 ‘표적’을 통해 알았다. 투자사와 제작사, 감독이 의견을 나누는 경험도 처음이었다. 영화 안에 내 생각을 어떻게 넣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 “차기작은 휴머니즘 강한 이야기”

‘표적’은 한국시간으로 23일 오전 7시30분 뤼미에르 극장에서 공식 상영됐다. 창 감독은 주연배우인 김성령, 유준상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2000여 석의 객석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렇게 창 감독은 칸에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칸이 ‘표적’을 택한 건 프랑스 원작에 한국의 정서와 색깔을 담았기 때문 아닐까. 특히 원작보다 인물 개개인의 사연에 더 깊이 들어가려고 했다.”

창 감독은 영화제를 순수하게 즐기고 있다. 마음도 한결 가볍다. 그 바탕은 영화의 흥행 성적이 깔려있다.

“국내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영화제에 오는 일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는 그는 “대중에게 보이는 상업영화로서 아주 대박은 아니지만 안타 정도는 친 것 같다”고 했다.

자신감을 채워 벌써 다음 영화까지 구상하고 있다.

“소박하고 작은 영화다. 휴머니즘이 강한 이야기이고. 시나리오도 이미 써 놓았다. 어떤 이야기냐고? 음… 영화로 보여드리겠다. 하하!”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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