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240만 대박행진…남북 소재 영화 흥행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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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5일 07시 00분


개봉 6일 만에 24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베를린’(위 큰사진)은 남북한의 첩보전 속에 휴머니즘을 녹여내 관객의 지지를 받고 있다. 분단 현실 속 남북한 이야기로 흥행에 성공한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의형제’ ‘웰컴 투 동막골’.(아래 작은 사진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외유내강·강제규 필름·필름있수다·명필름·다세포클럽
개봉 6일 만에 24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베를린’(위 큰사진)은 남북한의 첩보전 속에 휴머니즘을 녹여내 관객의 지지를 받고 있다. 분단 현실 속 남북한 이야기로 흥행에 성공한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의형제’ ‘웰컴 투 동막골’.(아래 작은 사진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외유내강·강제규 필름·필름있수다·명필름·다세포클럽
■ 北 공작원의 눈으로 본 내부 모습…관객들 호기심 자극

북한 사회 현실 사실적으로 그려
휴머니즘에 초점 맞춰 공감 유도

코미디 장르는 北 비추는데 한계
저예산 영화도 대중 지지 못받아

가슴 아픈 ‘현실’은 때론 매력적인 영화의 ‘소재’가 되곤 한다. 분단 상황 속 남북 이야기가 극장가 ‘흥행불패’로 다시 인정받고 있다. 초반부터 흥행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는 ‘베를린’으로 일어난 관심이다.

하정우, 한석규, 전지현 주연 ‘베를린’이 개봉 첫 주 224만5400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모았다. 4일까지 관객수는 약 240만명이다. 영화는 베를린을 배경으로 남북의 ‘현재’를 힘 있게 다루며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1999년 ‘쉬리’ 이후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이하 JSA),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웰컴 투 동막골’(2005년), ‘의형제’(2010년)까지 남북 갈등을 주요 소재로 택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불패 공식’이 이번에도 이어진 셈이다. 관객은 왜 남북 이야기에 열광할까.


● 남북 이야기…호기심·인간애·공감 3박자

‘베를린’의 화자는 북한 공작원 하정우다. 그의 눈으로 보는 북한 내부의 갈등과 그 속에 휩쓸린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버림받은 북한 공작원에 주목했던 ‘의형제’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설정이다. 게다가 ‘베를린’은 최근 등장한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의 권력 암투까지 직접적으로 다뤘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남북, 첩보전처럼 대중이 알기 어려운 베일 속 이야기는 관객에게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호기심을 가져다준다”며 “‘베를린’의 경우 북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정치적인 접근 대신 사회 이면을 보여주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섰다”고 흥행 이유를 짚었다.

단편적인 뉴스로만 접한 북한이 아닌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은 영화 속에서 휴머니즘으로 이어졌다. 냉전의 해체, 남북 화해 무드와 교류의 물결 속에서 1960∼1970년대 넘쳐난 반공영화는 더 이상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긴장이 사라지지 않는 분단 현실 속에서도 영화는 남북한 사람들의 인간애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JSA’ ‘웰컴 투 동막골’ ‘의형제’ 등 최근 10여 년 사이에 나온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도 바로 휴머니즘이다. 갈등보다 인간의 사연으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영화적 내러티브로서도 휴머니즘은 유력한 정서적 바탕이 됐다. ‘베를린’의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는 “주인공이 북한 남자란 설정은 처음부터 부담스러웠고 영화의 약점이었다”면서도 “남북 대치보다 사람 이야기가 우선이라고 생각해 인간애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태극기 휘날리며’. 사진제공|강제규필름
‘태극기 휘날리며’. 사진제공|강제규필름

● 제작비↑관객동원↑…흥행 공식?

물론 남북 이야기가 100% 흥행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2003년), ‘간 큰 가족’(2005년)처럼 코미디 장르는 관객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또 ‘풍산개’(2011년) 등 이른바 작은 영화들도 마찬가지였다. 흥행에 실패한 이들 영화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작을 알린 ‘쉬리’를 비롯해 ‘JSA’, 1000만 영화의 출발점이 된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 등에 훨씬 못 미치는 제작비로 만들어졌다.

이 같은 격차는 분단 상황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보여주느냐와 관련이 깊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베를린’이 관객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던 데는 이야기의 무대가 실제로도 남북 첩보전이 자주 벌어졌던 독일 베를린이란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오동진 평론가는 “‘JSA’ ‘태극기 휘날리며’는 대규모 오픈 세트를 통해 남북 상황을 더욱 밀도 있게 그릴 수 있었다”며 “굳이 제작비 차이를 따지지 않더라도 코미디 장르는 비교적 북한 모습을 정면으로 다루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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