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테이지] 게반트하우스 연주 망친 “전화왔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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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0일 07시 00분



공연장에서 휴대전화 벨소리를 듣지 않게 될 날은 언제쯤일까.

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콘서트(사진)에서 벌어진 벨소리 해프닝은 그 정도가 좀 심했다.

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는 이날 좀처럼 연주장에서 들을 수 없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을 지휘했다. 이 작품의 연주시간은 무려 80여분.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는 대개 1부에서 짧은 서곡과 협주곡, 2부 교향곡의 순으로 프로그램을 짜지만 이날은 한 곡의 교향곡으로 연주시간을 채웠다. 그만큼 클래식 애호가들의 기대가 컸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샤이의 지휘 아래 세계 최고(最古)의 연주단체답게 섬세하고 기품이 있으면서도 명쾌한 브루크너를 들려주었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도도히 바다를 향해 흐르는 대하를 떠올리게 하는 3악장. 소리 하나라도 놓칠세라 음악에 집중하고 있던 관객들은 그러나 어디선가 터져나온 벨소리에 감흥이 깨어져버리고 말았다. 진동소리도 아닌 강한 비트의 음악이었다. 벨소리는 무려 1분 이상 계속됐다.

공연 후 관객의 불만은 당연히 컸다.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설치되지 않은 전파차단기를 다시 공연장에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 벨소리는 연주 중인 지휘자와 단원들의 귀에도 똑똑히 들렸다. 콘서트가 끝난 뒤 샤이는 “단원들이 연주를 하다가 당황해서 나만 쳐다봤다. 왜 울리는 휴대폰을 끄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연주를 강행했지만 분명히 오늘 연주는 벨소리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꼭 벨소리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이날 오케스트라는 쏟아지는 커튼콜 박수에도 앙코르곡을 연주하지 않았다.

공연장에 입장하면 무조건 휴대폰 전원부터 끄자. 브루크너의 연주장에서는 브루크너가 악보에 표기한 소리만을 듣고 싶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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