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스크린 vs TV ‘영화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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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9일 07시 00분


■ 1970년 제협-방송사 마찰

1975년 당시 동양최대규모를 자랑하던 금성사(현 LG전자) 경북 구미공장에서 TV가 생산돼 나오고 있다. 스포츠동아DB
1975년 당시 동양최대규모를 자랑하던 금성사(현 LG전자) 경북 구미공장에서 TV가 생산돼 나오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홀드백’이라는 영화 및 방송계 용어가 있다. ‘한 편의 영화가 극장 개봉 이후 다른 매체로 옮아갈 때까지 기간’을 뜻하는 말이다.

지상파TV, 케이블·위성TV, IPTV 등 매체가 많아지면서 ‘홀드백’은 더욱 짧아지고 있다. 영화계로서는 매체가 많아지면서 극장 상영이 끝난 뒤 부가판권 판매로 이득을 볼 수 있으니 꺼릴 일은 아니다. 지금은 제작사나 투자배급사가 방영권 판매의 권리를 갖지만 1970년대 초반에는 이를 둘러싸고 영화계와 방송사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

1970년 오늘,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은 동양, 문화 등 방송사에 “제협의 동의 없이 방화를 방영할 경우 고발을 비롯해 강경조치하겠다”고 통보했다.

제협은 방송사가 “아직 서울 변두리 지역과 지방에서 상영하는 영화까지 방영함으로써 제작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1967년 이후 1970년 2월18일까지 제작된 230여편의 방화에 대해 제협과 계약해 방영토록 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방송사들은 “상영권자인 (지방)흥행업자로부터 방영권을 구매했다”고 맞섰다. 지금과 달리 그때는 방송사가 직접 지방 흥행업자들로부터 낡은 필름을 싼값에 사는 관례가 많았다. 방송사는 제협이 TV 영화 방영을 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일부 질 낮은 필름 탓에 ‘비 내리는 화면’이나 편집 불량으로 시청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그 시절 영화계는 TV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큰 위기를 겪고 있었다. TV가 늘면서 자연스레 극장 관객을 더욱 줄였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는 1981년 또 한 번 찾아왔다. 1980년 컬러 방송 실시에 따라 한국영화가 ‘풍전등화’에 놓였다며 위기감을 느낀 영화계는 ‘영화 정책에 획기적 전환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격세지감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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