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야구와 사랑’…그 절묘한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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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5일 07시 00분


■ 청각장애 야구부 1승 도전기 ‘글러브’

20일 개봉하는 영화 ‘글러브’
20일 개봉하는 영화 ‘글러브’
사회적 약자의 눈물겨운 도전기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마력이 있다. 그 힘은 자신의 미약함을 돌아보는 반성이자, 진정한 용기에 보내는 뜨거운 응원이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글러브’(감독 강우석·제작 시네마서비스)는 세상이 견고하게 쌓아올린 편견에 도전하는 청각장애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동시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류의 인생을 살던 한 스타 야구선수의 성장 드라마이다. 영화는 특정인의 관계와 상황에 집중하지만 그 속에는 누구나 ‘내 이야기’로 느낄 수 있는 충분한 공감대가 있다.

3년 연속 MVP를 받은, 던졌다 하면 삼진을 기록했던 프로야구 스타 투수 김상남(정재영). ‘욱’하는 성격 탓으로 음주폭행에 야구 배트까지 휘두른다. 상습 폭행으로 프로야구서 제명위기에 처한 그에게 매니저이자 고교 친구인 철수(조진웅)는 청각장애인 야구단 코치를 제안한다.

오합지졸 야구단을 만난 상남의 첫 마디는 “야구 하지 마”라는 질타. 두 번의 연습게임에서 무참하게 짓밟힌 야구부원들, 그들에게 “세상을 향해 목소리가 아닌 마음으로 소리를 질러라”고 외치는 상남은 서서히 소통하기 시작한다. 이들을 유연하게 연결해주는 건 엄마같은 음악교사 나주원(유선)의 몫이다.

실제 존재하는 팀이기도 한 충주 성심학교를 모델로 삼은 이 영화는 ‘청각장애 야구부의 1승 도전기’라는 간단한 설명으로 불리기에는 그 이야기가 진하고 뭉클하다.

영화의 원래 제목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였다. 연출을 맡은 강우석 감독은 야구에도 사랑(LOVE)이 있다는 생각에 ‘글러브’(GLOVE)로 제목을 바꿨다.

관객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글러브’는 사람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성장하는지 따뜻한 시선으로 담았다. 까칠하기만 했던 상남은 시력을 잃은 투수 차명재(장기범)를 보며 과거를 반추하고, 아이들은 야구를 통해 목소리가 아닌 마음으로 대화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영화 곳곳에서 강우석 감독 흥행작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상남과 야구부원들의 소통 과정은 80년대 말 강 감독의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나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실미도’의 향수를 풍긴다.

자칫 뻔하게 보일 수 있는 이야기지만 눈물이 날 것 같은 상황에서 웃음을 주는 건 ‘글러브’가 진부한 영화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 상남과 철수가 만드는 호흡은 때론 폭소를, 때로는 눈물을 만들며 관객의 감정을 한껏 끌어올린다.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주는 연기자의 재발견은 ‘글러브’의 또 다른 재미. 여러 영화에서 개성 강한 조연으로 활약해온 조진웅이 ‘글러브’에서 진가를 과시하며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장기범 역시 신인답지 않은 잔잔한 감정 연기로 영화에 힘을 보탰다. 전체관람가.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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