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아름다운 사랑실천,입양] 윤석화 “내가 거둔게 아닌 나를 구해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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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0일 07시 00분


“입양한 아들, 딸과 지내는 매 순간이 행복이요 희열”이라는 윤석화는 입양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천”이라고 말했다.
“입양한 아들, 딸과 지내는 매 순간이 행복이요 희열”이라는 윤석화는 입양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천”이라고 말했다.
5월11일은 입양의 날이다. 건전한 입양문화 정착과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해 2006년 제정된 입양의 날은 2010년 5회째를 맞는다. 우리나라 입양은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전쟁으로 생긴 고아들을 해외로 입양하면서 본격화된 것. 이후 반세기의 시간이 흘렀고, 입양 문화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특히 2007년을 기점으로 국내입양이 국외입양을 넘은 것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한국인의 입양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 행동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극배우 윤석화도 이 중 한 명이다. 윤석화는 두 아이를 입양해 건강하게 잘 키우고 있다. 입양의 날을 맞아 그녀를 만났다.

윤석화와 아들 수민(왼쪽), 딸 수아의 단란한 모습. 수아의 돌 때 찍은 사진이다. [사진제공=윤석화]
윤석화와 아들 수민(왼쪽), 딸 수아의 단란한 모습. 수아의 돌 때 찍은 사진이다. [사진제공=윤석화]

● 입양, 그 행복한 감격!…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두 아이 수민·수아

2003년 4월 3일. 윤석화의 인생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변화의 날이다. 아들 수민을 복지기관 동방사회복지회에서 집으로 데려온 바로 그 날이기 때문. 당시 느꼈던 설렘과 감격을 윤석화는 지금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이를 보면서 눈물이 흘렀어요. 행복한 순간의 감격이었죠. 할만한 일을 했다는 자긍심이 충만하게 들었어요. 사람들은 흔히 ‘내가 너를 거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네가 나를 구해주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그 만큼 그 아이가 주는 사랑의 기운이 그렇게 감사할 수 없었습니다.”

수민을 자신의 아이로 키워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이후 매일 아이를 보러갔다는 그녀는 이날 생전 처음으로 친구들에게 모두 연락을 했다. 아이를 입양했다고, 축하해달라고.

20여명의 친구들이 그녀의 집에 모였고, 자장면을 시켜 먹으며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하지만 어떤 파티보다 행복한 파티였다.

4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2007년 그녀는 딸 수아를 다시 입양했다. 키워보니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고, 또 수민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불쌍한 아이는 혼자 크는 아이인 것 같아요. 그래서 형제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있을 때 함께 이겨나갈 수도 있고요. 내가 좀 힘들더라도 하나 더 키우고 싶었어요.” 결과는 그녀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남매의 우애는 깊고, 두 아이는 윤석화 부부에게 삶의 희망이자, 즐거움이니까 말이다.
● 낳은 엄마와 기른 엄마, 그런 생각없어요…‘일하는 엄마’로서 죄책감이 더 들죠

윤석화는 올해 우리 나이로 55세다. 엄마로서는 결코 젊은 나이가 아니다 보니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운 점도 있을 터다.

“맞아요. 친구들은 애들이 다 커서 이제 시집 장가가는데 난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아무한테도 상담할 수가 없어요.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정말 뇌가 흘러내리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굉장히 ‘액티브’하기 때문에 같이 놀아준다는 게 쉽지 않죠. 저도 한 체력 하는데 말이죠. 딸은 과체중이라 안았다 하면 허리가 아파서 생전 처음으로 근육 운동을 하기도 했죠. 이래서 젊은 나이에 키워야 한다는 얘기를 하나 봐요.”

어려운 점은 비단 나이에만 있는 건 아니다. ‘일하는 엄마’라는 점이 사실 더 신경 쓰인다. 아이랑 모든 시간을 같이 할 수 없다는 자책감이 들어서다. 물론 모든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게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일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시간을 나눠 쓰는 게 굉장히 힘들어요. 때론 내가 주제넘게 엄마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해요. 나보다 애 봐주는 아줌마를 찾을 때는 ‘친엄마가 아니라서 그럴까’라는 자괴감에 빠져 밤새 잠을 못자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내가 낳은 엄마다, 기른 엄마다’라는 생각은 이제 없어요.”
● 자신의 아이들을 키우는 평범한 엄마…빵점 받은 아들에 화나 꿀밤때리기도

아이를 입양한 후 언제가 가장 행복했는지 물었다. 그런데 우문이었다. “매순간이 행복하고, 감격스럽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이 운동회에서 메달을 받아 오고, 언어를 배우고, 잠자기 전 책을 읽는 일상의 사소한 모습이 행복이다. 하긴 자기 아이를 키우는데 어느 한 순간 소중하지 않을 때가 있을까. 그녀에게 두 아이는 입양아가 아니라 아들이고, 딸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가 다른 엄마들과 크게 다른 건 아니다. 이를 잘 나타내는 에피소드 하나. 수민이가 한 번은 영어 단어 시험에서 0점을 받아왔다. 윤석화는 아들의 머리에 알밤을 때렸고, 수민은 울었다. 그러자 윤석화는 “엄마로서는 미안한데 사람이니 화가 난다. 네가 못해 화가 난 게 아니다. 조금만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똑같은 엄마의 모습이면서 동시에 현명함이 배어 있다.
● 입양, 절대 망설이지 마세요…힘들 때도 있지만 기쁨은 더 늘어나요

윤석화는 두 아이를 공개 입양했다. 아이들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에 대한 염려는 없을까. 이에 대해 그녀는 공개 입양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입양 사실을 감출 필요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굳이 아이들에게 입양 사실을 알릴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숨겨서도, 숨길 수도 없다는 생각이다.

“입양 사실을 아는 게 죽을 때 일수도 있고, 결혼할 때일 수도 있고, 아니면 초등학교 3학년 일수도 있죠. 비밀로 해서는 안돼요.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인터뷰 말미, 그녀는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행동하라는 권유를 잊지 않았다. 입양을 통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힘든 것도 늘어나지만 감격은 더 늘어납니다. 입양은 가장 아름다운 실천이에요. 아이를 입양해서 사랑을 주면 아이들은 맑은 웃음으로 놀라운 선물을 주죠. 거기에서 얻어지는 에너지는 무엇으로도 살 수 없어요. 아이가 필요한데 입양을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무조건 용기내서 하라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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