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소통 목적은 ‘배움의 본질’ 일깨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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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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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佛중학 토론수업 소재 영화 ‘클래스’로 2008 칸영화제 대상 로랑 캉테 감독

“스스로 택한 교사의 길이지만 행복을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학교에서 더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23일 오후 10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극장. 영화 ‘클래스’ 시사에 이어 열린 로랑 캉테 감독(49·사진)과의 만남 행사에서 한 관객이 밝힌 소감이다. 이 영화는 2008년 제61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폐막 하루 전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상영됐다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화제작이다.

영화는 정규수업 내용을 확장해 적극적 토론을 이용한 폭넓은 교육을 추구하는 프랑스어 교사 마랭과 학생들이 겪는 위기를 그렸다. 마랭은 문법 등 고리타분한 수업을 하는 이유를 토론으로 이해시키려 하지만 솔직한 의견을 거침없이 던지는 학생들과 뜻밖의 갈등에 빠진다. 캉테 감독은 배우가 아닌 파리 20구역 돌토중학교 학생 25명과 1년간 주1회 워크숍을 진행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영화를 완성했다. 4월 1일 국내 개봉을 맞아 한국을 찾은 그를 행사 뒤 극장에서 만났다. 영화를 관람한 서울 영동고 3학년 담임교사 김관수(33·수학) 신일정 씨(31·화학)가 인터뷰에 참여했다.

―학생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수업은 한국 학교에서 경험하기 쉽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마랭 같은 교사를 흔히 볼 수 있나.(김)

“마랭을 연기한 프랑수아 베고도는 교사 출신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쓰고 주연까지 맡았다. 프랑스에서 마랭 같은 교사가 절대 다수는 아니겠지만 적잖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랭이라고 언제나 토론수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 그런 부분을 부각했지만 ‘조용히 진도를 나가는’ 전통적 수업도 당연히 병행한다.

―마랭의 진취적 의도와 노력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학생들이 교사의 의도를 얼마나 받아들일지 의문이다.(신)

“토론은 위험하다. 의견 대립이 팽팽해지면 영화에서처럼 험한 말이 오가는 등의 돌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마랭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본질’을 가르치고 싶어서다. 배움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렴풋하게라도 성찰할 기회를 주려 하는 것이다. 토론이 실패해도 호기심은 남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아닐까.”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 퇴학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꼭 그래야 했는지 관객의 찬반이 갈릴 것 같다.(신)

“마랭은 ‘이상적인 교사’가 아니다. 겨우 경력 4년의 신출내기다. 학급 통제도 뜻대로 못 하고 감정을 자제하지 못해 학생에게 욕까지 하고 만다. 좋은 의도의 노력으로 꼭 좋은 결과만 얻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할리우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온 키팅 선생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나는 현장의 모습을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서 보여주고 관객으로부터 여러 갈래의 반응을 얻고 싶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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