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액션물 뜨고 100억대 해외자금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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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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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충무로 기상도

2010년 한국영화는 해외에서 돈줄을 끌어들이고 전쟁이나 괴생명체를 소재로 한 선 굵은 남자영화들을 선보인다. 전직 국정원 요원과 버림받은 남파공작원의 우정을 그린 ‘의형제’(1월 개봉). 사진 제공 쇼박스
2010년 한국영화는 해외에서 돈줄을 끌어들이고 전쟁이나 괴생명체를 소재로 한 선 굵은 남자영화들을 선보인다. 전직 국정원 요원과 버림받은 남파공작원의 우정을 그린 ‘의형제’(1월 개봉). 사진 제공 쇼박스
《재난영화 ‘해운대’의 1000만 관객 돌파, ‘워낭소리’ ‘똥파리’ 등 독립영화의 약진, ‘박쥐’와 ‘마더’로 돌아온 박찬욱, 봉준호 감독…. 2009년 한국 영화는 어느 해보다 풍성했다. 2010년 한국 영화도 이런 기세를 이어받아 막대한 물량을 쏟아 부은 대형 블록버스터와 임권택 강우석 김지운 등 유명 감독의 신작, ‘하녀’와 ‘만추’ 등 고전의 리메이크작이 속속 나온다. 경인년(庚寅年) 한국 영화 전망을 기상도 형식으로 살펴봤다.》
남성적 영화 봇물… 여배우들 ‘구직난’
고전 리메이크… 할리우드와 합작도

○ 괴물체 습격-전쟁 발발(SF 액션 ‘쾌청’)

전쟁, 탈북자 등 2006년 이후 자취를 감춘 ‘민족코드’가 돌아온다. 6·25전쟁 발발 50주년을 맞아 학도병과 인민군이 벌인 전투를 그린 블록버스터 ‘포화 속으로’를 비롯해 2002년 연평해전을 다룬 ‘아름다운 우리’와 ‘연평해전’이 제작 중이다. 이 중 ‘아름다운 우리’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연출을 맡아 200억 원 규모의 3차원(3D) 영화로 제작한다.

한국 영화에선 낯선 소재였던 괴생명체도 스크린에 빈번하게 출몰한다. 시추선을 배경으로 인간과 괴생물체의 사투를 그린 ‘제7광구’를 비롯해 사람들을 공격하는 괴생명체 트러블과 이에 맞서는 트레이스 종족(한재림 감독의 ‘트레이스’) 서울 최첨단 빌딩 지하실 아래 서식하는 괴생명체와 여기서 탈출하려는 인간(정재은 감독의 ‘오피스’) 등이 그려진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괴생명체라는 소재가 등장하는 SF 영화는 국내에서 성공하지 못한 미답지대였지만 몇 년 새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부쩍 발전하면서 감독과 제작자들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차기작을 내놓는 윤제균(왼쪽), 나홍진 감독. 동아일보 자료 사진
차기작을 내놓는 윤제균(왼쪽), 나홍진 감독. 동아일보 자료 사진
○ 남초(男超) 현상(여배우 ‘흐림’)

내년 한국 영화는 남자들의 끈적끈적한 의리와 배신으로 넘쳐난다. 파면당한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와 배신자로 낙인 찍혀 북에서 버림받은 지원(강동원)의 우정을 그린 장훈 감독의 ‘의형제’를 시작으로, 살인을 의뢰받고 연변에서 한국에 온 구남(하정우)을 살인청부업자 명가(김윤석)가 뒤쫓는 ‘황해’, 킬러 강우(김승우)가 친구 두헌(송강호)의 살해를 청부받는 내용의 ‘밤안개’, 북한을 탈출해 무기 밀매조직에서 활동하는 김혁(주진모)과 군대 동료 영춘(송승헌)을 그린 ‘무적자’ 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6·25전쟁 50주년을 맞이해 쏟아지는 전쟁 영화의 주인공이 대부분 남자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장르의 남성화’로 주연 자리에서 밀려난 여배우들은 벌써부터 ‘구직난’을 호소하고 있다.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내년 영화계의 과제로 남았다.

○ 다국적 돈줄(제작비 ‘맑음’)

큰 제작비를 들인 영화들이 해외에서 돈줄을 끌어들인다. ‘추격자’ 나홍진 감독의 신작 ‘황해’는 11월 말 미국 20세기폭스와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총제작비 110억 원 중 상당액을 투자받기로 했다고 제작사인 팝콘필름은 밝혔다.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이 홍콩영화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무적자’도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 전액을 일본 엔터테인먼트 투자회사에서 투자받는다. 할리우드 제작사와의 합작 프로젝트도 잇따른다.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을 들여 만드는 차기작 ‘제7광구’도 미국의 한 제작사로부터 합작 제안을 받았다. 안병기 감독은 자신이 감독했던 ‘폰’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버전을 직접 연출한다. 이 영화의 제작사는 ‘트와일라잇’을 만든 임프린트엔터테인먼트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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