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인연들이 다큐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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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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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만든 영화’ 고달우-김모모 감독
월급 털고 휴가 내서 찍은 ‘작품’ 소개

1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씨네코드 선재에서 만난 ‘좋아서 만든 영화’의 김모모(왼쪽) 고달우 감독. 김 감독은 소설 주인공 모모에서, 고 감독은 영화감독 장뤼크 고다르에서 이름을 따왔다. 염희진 기자
1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씨네코드 선재에서 만난 ‘좋아서 만든 영화’의 김모모(왼쪽) 고달우 감독. 김 감독은 소설 주인공 모모에서, 고 감독은 영화감독 장뤼크 고다르에서 이름을 따왔다. 염희진 기자
17일 개봉하는 ‘좋아서 만든 영화’는 길거리 공연을 하는 4인조 혼성 밴드 ‘좋아서 하는 밴드’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다. 이 밴드와 마찬가지로 영화를 만든 감독도 계획 없이, 그냥 ‘좋아서’ 이 영화를 찍었다고 했다.

“다큐멘터리지만 밴드의 이야기가 충분히 극적이고 영화다웠어요. 다음 장면을 고민할 필요도 없었죠. 우연히 길에서 만난 다양한 인연들이 다음 장면의 주인공이 되곤 했으니까요.”(고달우 감독)

고달우(본명 김형석·27) 김모모(본명 김인선·28) 씨 등 두 감독이 속한 이 영화사의 이름은 ‘알 만한 사람들’이다. 지금은 알(卵)만큼 작지만, 언젠가 누구도 알 만한 영화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좋아서…’는 이 회사의 창립 작품. 회사의 살림과 제작을 맡은 프로듀서 홍성준 씨(25)는 고 감독의 서울예대 영화과 후배다. 서라벌고 선후배 사이인 두 감독은 2000년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그린 데뷔작 ‘우리가 행복해지기까지’를 함께 찍었다.

영화의 기획은 밴드 리더 조준호 씨의 친구인 고 감독이 했다. 처음부터 개봉할 마음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개봉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밴드도 길에서 음악을 하는데 영화도 길에서 알려보자’는 생각에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았다. 차에 실은 것은 프로젝터 한 대가 고작이었다. 스크린이 없어 청풍호 옆 건물 흰 벽에 영화를 쏘았고, 천막을 쳐 손님을 받았다. 관객 40∼50명이 이 ‘게릴라 상영’에 참여했고, 그 자리에 이 영화의 투자와 배급을 맡게 된 영화사 진진의 직원이 들어왔다. 그렇게 해서 우연히 개봉까지 하게 됐다.

사진 제공 알 만한 사람들
사진 제공 알 만한 사람들
촬영 기간은 2008년 9월부터 9개월. 식비와 장비 대여비를 합친 제작비가 1000만 원이었다. 3D영화업체 프로듀서(고 감독)와 기업 홍보 동영상 촬영(김 감독)이 본업인 두 감독의 월급봉투에서 조금씩 떼 냈다. 촬영은 월차와 휴가를 활용했고 직접 촬영을 할 수 없으면 밴드 멤버에게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해 달라고 부탁했다. 시민들이 찍은 휴대전화 영상도 영화에 담았다. 두 감독의 바람은 소박하다. 100만 관객을 모으는 영화보다 한 명의 인생이 바뀌는 영화를 만드는 것. 두 감독은 벌써 꿈을 이뤘다고 했다. “우선 밴드 4명과 감독 2명의 인생이 무척 행복하게 바뀌었으니까요. 그 꿈을 이뤘으니 이젠 돈이 없어 영화를 못 찍는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요.” 전체 관람 가.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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