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개봉하는 ‘좋아서 만든 영화’는 길거리 공연을 하는 4인조 혼성 밴드 ‘좋아서 하는 밴드’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다. 이 밴드와 마찬가지로 영화를 만든 감독도 계획 없이, 그냥 ‘좋아서’ 이 영화를 찍었다고 했다.
“다큐멘터리지만 밴드의 이야기가 충분히 극적이고 영화다웠어요. 다음 장면을 고민할 필요도 없었죠. 우연히 길에서 만난 다양한 인연들이 다음 장면의 주인공이 되곤 했으니까요.”(고달우 감독)
고달우(본명 김형석·27) 김모모(본명 김인선·28) 씨 등 두 감독이 속한 이 영화사의 이름은 ‘알 만한 사람들’이다. 지금은 알(卵)만큼 작지만, 언젠가 누구도 알 만한 영화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좋아서…’는 이 회사의 창립 작품. 회사의 살림과 제작을 맡은 프로듀서 홍성준 씨(25)는 고 감독의 서울예대 영화과 후배다. 서라벌고 선후배 사이인 두 감독은 2000년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그린 데뷔작 ‘우리가 행복해지기까지’를 함께 찍었다.
영화의 기획은 밴드 리더 조준호 씨의 친구인 고 감독이 했다. 처음부터 개봉할 마음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개봉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밴드도 길에서 음악을 하는데 영화도 길에서 알려보자’는 생각에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았다. 차에 실은 것은 프로젝터 한 대가 고작이었다. 스크린이 없어 청풍호 옆 건물 흰 벽에 영화를 쏘았고, 천막을 쳐 손님을 받았다. 관객 40∼50명이 이 ‘게릴라 상영’에 참여했고, 그 자리에 이 영화의 투자와 배급을 맡게 된 영화사 진진의 직원이 들어왔다. 그렇게 해서 우연히 개봉까지 하게 됐다.
촬영 기간은 2008년 9월부터 9개월. 식비와 장비 대여비를 합친 제작비가 1000만 원이었다. 3D영화업체 프로듀서(고 감독)와 기업 홍보 동영상 촬영(김 감독)이 본업인 두 감독의 월급봉투에서 조금씩 떼 냈다. 촬영은 월차와 휴가를 활용했고 직접 촬영을 할 수 없으면 밴드 멤버에게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해 달라고 부탁했다. 시민들이 찍은 휴대전화 영상도 영화에 담았다. 두 감독의 바람은 소박하다. 100만 관객을 모으는 영화보다 한 명의 인생이 바뀌는 영화를 만드는 것. 두 감독은 벌써 꿈을 이뤘다고 했다. “우선 밴드 4명과 감독 2명의 인생이 무척 행복하게 바뀌었으니까요. 그 꿈을 이뤘으니 이젠 돈이 없어 영화를 못 찍는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요.” 전체 관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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