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이냐 1급이냐… 방통위 사무총장 신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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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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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업무 맡을 차관급 필요”
방통위-한나라 법개정 추진
“조직 비대화” “1급이 적당”
행정안전부-민주당은 난색


방송통신위원회에 사무총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합친 방통위는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4명의 합의제 기구이며 2실과 4국이 위원장 아래 편제돼 있다. 구 방송위에는 인사나 행정업무를 위원장과 협의해 처리하는 사무총장이 있었으나 지난해 정통부와 합치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만들 때 사무총장 조항이 누락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위원장 밑에 사무처장을 두고 산하 기구를 관장하며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는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차관급 사무총장제 도입 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현재처럼 각 실국이 일반 업무까지 일일이 위원장의 결재를 맡아야 하는 시스템으론 업무 처리 지연이 불가피하다”며 “주요 심의 의결 사항을 제외한 일반 사무는 사무처장에게 위임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내부에선 결재를 받기 위해 위원장을 만나기가 힘들다는 푸념이 적지 않다. 위원장이 국회 출석 등 대외 활동, 해외 출장, 의전으로 자리를 비우면 일반 업무마저도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규제 업무가 아닌 진흥 업무는 당장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보고나 결재 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여서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 업무를 담당하는 방통위 관계자는 “올해 통신 쪽 진흥책은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통위에선 무선인터넷(와이브로) 진흥 같은 업무는 사무총장이 총괄해서 방안을 마련해 직접 위원장에게 보고한 뒤 진행하는 방식이 되어야 신속한 일처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예산안 마련처럼 국실별로 업무 협조나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때 이를 중간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 예산 확보, 국회 보고 등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작업을 위원들이 번갈아 맡거나 1급인 기획조정실장이 대신해 산만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사무총장이 미리 안을 검토해 위원회에는 서면으로만 보고해 처리하는 식으로 위원회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또 공무원이 승진할 수 있는 차관급이 없어 조직의 사기가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행정안전부는 차관급 위원이 4명이나 있는 상황에서 차관급 사무총장을 신설하면 조직 비대화로 연결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방통위에 위원장-사무총장 라인이 생기면 이를 중심으로 권한이 쏠려 합의제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무총장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면서 대신 직급을 차관급이 아닌 1급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방통위에선 ‘차관급’이 아닌 1급은 다른 실국장과 똑같은 직급이어서 업무 조정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대외적 실권도 약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1급 사무총장은 ‘옥상옥’이 되거나 실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회에서 법 개정이 진척되는 상황에 따라 방통위 입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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