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 리버스 토크] 침체된 국내 음반시장 불법다운로드 탓 이제 그만!

  • 입력 2009년 9월 15일 0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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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돌스라는 그룹이 있다.

2001년 미국 보스톤에서 결성된 2인조 혼성 그룹인데 염세적이고 어둡고, 때론 퇴폐적인 분위기에 펑크 록을 가미한 독특한 음악으로 꽤 지명도를 얻고 있는 팀이다.

그런데 오늘 여기에 소개하려는 것은 그들의 음악 스타일이 아닌 활동방식이다. 드레스덴 돌스는 요즘 온라인, 특히 마이 스페이스 같은 ‘소셜(social) 사이트’를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자신들의 음악을 발표해 음악산업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들은 ‘O월 O일 O시에 OOO에서 즉흥 콘서트를 갖는다’고 마이 스페이스에 게릴라 콘서트를 공지해 관객을 모은다. 물론 무료가 아니다. 때로는 ‘O월O일 O시부터 OOO의 집에서 미공개 신곡을 연주하는 즉흥공연을 갖는데, 이를 온라인에서 실시간 중계한다. 보고 싶은 사람은 OOO.com으로 접속하면 된다’는 내용을 마이 스페이스에 올린다. 물론 이것 역시 비용을 지불해야 볼 수 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사회적 이슈나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주장을 담은 슬로건을 팬들 대상으로 공모한 뒤, 당선된 글과 자신들의 이름이나 얼굴이 들어간 티셔츠를 제작한다. 그리고 이를 온라인을 통해 팬들에게 판매한다.

드레스덴 돌스는 이러한 온라인 이벤트로 한 번에 몇만 달러에서 많게는 몇십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드레스덴 돌스의 이런 활동은 몇 년 전부터 미국서 새로운 음악 플랫폼으로 등장한 ‘소셜 뮤직’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드레스덴 돌스의 사례를 들려준 미국 소셜 네트워크 뮤직 사이트 큐박스(Q-box)의 권도형 부사장은 “미국에서는 뮤지션의 수입원이 음반에서 콘서트나 기업연계 이벤트, 광고 등으로 바뀌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미국 음악산업 관계자들 가운데 일부는 “음반사는 이제 쇠락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닌 그 시기가 언제냐는 것만 남았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이처럼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계 음악시장의 이야기를 듣다가 눈을 국내로 돌리면 전혀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다.

여전히 음반사나 기획사 관계자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음반시장이 침체돼 힘들다’는 푸념. 2000년 초부터 지금까지 지겹게 듣는 이야기다. 하지만 왜 그런지, 그런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변할 것인지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보다는 그저 막연히 예전의 화려했던 시절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남들은 소셜 사이트로 팬과 소통하고 아이폰 앱스토어에 애플리케이션을 올려 앨범을 발표하는데, 우리는 전근대적인 노예계약 논란과 툭하면 터지는 소속사와의 계약 분쟁, 아니면 뮤직비디오의 선정성 논란이 주요 뉴스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단순히 불법 다운로드만 막는다고 해서 침체된 음악산업이 다시 살아날꺼라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한 기대가 아닐까.

엔터테인먼트부 부장 |oldfil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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