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피로한 깜짝쇼 vs 101분짜리 롤러코스터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CGV의 ‘4D관’에서 공포영화 ‘블러디 발렌타인’을 보고 있는 관객들. 사진 제공 CGV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CGV의 ‘4D관’에서 공포영화 ‘블러디 발렌타인’을 보고 있는 관객들. 사진 제공 CGV
공포영화 ‘블러디 발렌타인’ 3D-4D버전 비교체험

23일 개봉하는 공포영화 ‘블러디 발렌타인’(18세 이상 관람가)은 기획 단계부터 입체 상영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입체감을 살린 3차원(3D) 애니메이션과 달리 실사장면을 특수 카메라로 촬영했다. 특수 안경을 써야 생생한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영화는 한 광산에서 10년 만에 곡괭이 살인사건이 재발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피 튀기는 ‘슬래셔(slasher)’와 범인을 추적하는 미스터리가 섞인 공포영화다.

‘블러디…’는 3D 버전으로 전국 60여 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이에 앞서 서울 상암CGV에서는 9일부터 특수 안경뿐 아니라 의자 진동, 목 뒤와 엉덩이 찌르기, 물 뿌리기, 연기, 향기 등 10여 개의 특수 효과가 추가된 버전으로 상영 중이다. CGV는 ‘4D관’으로 불리는 상영관을 강변관, 영등포관 등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상암CGV의 ‘4D관’, 용산CGV의 일반 스크린 등 두 곳에서 영화를 비교 체험했다.

○ 용산CGV “눈앞 곡괭이…무섭기보다 깜짝”

입구에서 나눠준 특수 안경을 끼고 자리에 앉았다. 얼마 후 살인자가 휘두른 곡괭이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눈을 뜨고 있기 힘든 상황. 무섭기보다 깜짝 놀라는 기분에 가까웠다. 후반부로 갈수록 총알이나 곡괭이가 자주 날아왔지만 전보다 무서움의 강도가 덜했다. 입체 효과를 위해 심도 있게 만들다 보니 시야가 좁아지는 단점도 있었다. 1시간 40분에 이르는 러닝 타임 내내 특수 안경을 껴야 해 눈이 쉽게 피로해졌다. 안경을 쓴 관람객은 안경 위에 특수 안경을 덧써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 상암CGV 4D관 “101분짜리 롤러코스터”

101분짜리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 영화가 시작되자 예고 없이 의자가 뒤로 젖혀졌다. 그리고 얼굴 앞쪽과 머리 뒤, 종아리에서 무차별적으로 강한 바람이 분사됐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비명소리. “까악∼.”

각종 특수 효과가 관객을 공포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만들었다. 살인마를 피해 주인공이 달리는 장면에서는 마치 관객이 도망치듯 의자가 상하 좌우 앞뒤로 진동했다. 곡괭이로 찌르는 장면에서는 의자 뒷목에서 뭔가가 툭 튀어나왔다. 무섭지 않은 장면에서도 스토리에 빠져든 관객들은 약간의 자극만 받아도 큰 반응을 보였다. 기존 공포영화는 무서운 장면에서 눈을 감으면 되지만 이곳에서는 어떤 감각으로든 공포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게 특징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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