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화려한 은막, 불우한 노년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3시 03분


“60세 이상 영화인 4명 중 1명꼴 집세도 못내”

보건사회연구원 조사

윤모(76·여) 씨는 1960년대 은막을 누빈 여배우였다. 대종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백상예술대상 특별상을 받으며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혼자 경기 의정부시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매달 영화 관련 단체에서 지원받는 연금 30여만 원이 유일한 수입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태완 연구원은 1960∼90년대 활동했던 만 60세 이상 영화인 297명의 노후생활 수준을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은 집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영화인복지재단 및 8개 영화 관련 협회에 등록된 배우(25.6%), 감독(22.2%), 기술 분야(12.8%), 음악 분야(2.4%) 영화인으로 활동 당시 ‘중간 이상’의 성취를 얻은 사람들이다.

조사대상 영화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월 266만1061원으로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의 82.5%에 그쳤다. 이들의 빈곤 수준은 최저생계비 미만인 경우가 13.5%로 일반인(14.1%)보다 조금 높았지만 차상위 계층 비율은 18.5%로 일반인(18.1%)보다 높았다.

특히 차차상위 계층 비율(46.8%)은 일반인(36.8%)보다 월등히 높았다. 은퇴 영화인의 경우 일반인보다 빈곤층에 속한 비율이 높다는 것.

이들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겪은 경제적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 △집세를 못 내거나 집세를 못 내 이사한 경험 24.5% △수도, 전기료 등 공과금을 못 낸 경우 20.9% △자녀의 학비를 못 준 경우 12.7% △가족 중 금융소외자(옛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 21.9%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간 경우 11.8% △겨울에 돈이 없어 난방을 못 한 경우 9.1% 등이었다.

‘영화인으로 활동할 당시에 비해 지금 생활여건이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62%는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앞으로 생활수준이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도 58.6%나 됐다.

한덕규 영화인복지재단 사무국장은 “전체 영화인 중 중산층 이상 되는 사람이 10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태완 박사는 “은퇴 영화인들은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제도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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