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연주 5년, 부실경영 더 키웠다”

  • 입력 2008년 8월 7일 03시 00분


■ 2004년 - 2008년 감사결과 비교해 보니

허술한 조직-인력 관리, 방만한 예산집행 ‘판박이’

감사원, 2004년엔 취임초 감안 경영합리화 주문

5일 감사원의 KBS 감사결과 발표에서 드러난 ‘KBS의 방만 경영’은 새롭게 부각된 사실은 아니다.

감사원은 2004년 감사 때도 조직과 인력 운용이 비효율적이고 예산 집행의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정연주 사장에게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경영을 합리화하라고 요구했다.

KBS의 자본금이 전액 정부 출자로 이뤄졌고 운영 재원도 국민의 부담인 수신료로 이뤄지는 만큼 경영관리를 철저히 해야 국민부담이 늘지 않는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정주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 조직-인력 허술한 관리 여전

감사원은 2004년 감사에서도 KBS의 방만 경영을 다각도로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무풍지대로 있으면서 정원 외의 국장급 자리가 24명이나 되는 등 인력 운영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1999년과 2002년 감사에서 경영효율성을 위해 지역방송국 통폐합을 권고했지만 이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수원 드라마 제작센터를 1247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어 놓고도 사용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부실한 예산 집행도 지적했다.

이런 중에도 1999년부터 2002년까지 근거도 없이 특별격려금을 81억 원이나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런 방만 경영의 원인 중 하나로 이사회 기능의 미비를 꼽았다. 감사원은 당시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사장이 전권을 쥐고 노조와 함께 방만 경영을 부추겼다”고 평가했다. 비효율적인 공기업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조직과 인력, 예산 및 사업 집행 과정의 허술한 관리는 2008년 감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드러났다. KBS는 여전히 상위직급이 많은 기형적인 인력구조를 가졌고, 예산과 지출의 집행도 효율적이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평가했다.

○ 사장이 주도한 일에 책임 물어

감사원은 기관장의 부실 경영이 현저하다고 판단되면 해임을 요구한다. 그러나 지난 감사 때는 정 사장 취임 초기여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을 합리화하라’고만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엔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그의 주도로 부실 경영이 초래됐다며 책임을 물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입이 적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예상 수입을 지나치게 많이 산정한 뒤 지출 예산을 과다 책정해 집행한 것이다. 이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인사 전횡을 일삼는 등의 부실 경영 사례도 여럿 적발됐다.

이에 따라 이번 감사는 2004년 때와 달리 방만 경영의 정도가 심하고 정 사장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 많아 결국 그에 대한 해임 제청 요구로 이어졌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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