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의 거친 이야기, 문화콘텐츠의 저수지죠”

  • 입력 2007년 11월 1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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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문바위 전설입니다. 경기 가평군 외서리 지역 이야기인데요. 조선 병조호란 때 피란민이 숨자 사람들이 사라져 버렸다는 바위입니다. 자, 공포스러운 호러가 될 수도 있고 치정에 얽힌 로맨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식으로 재구성하시겠습니까?”

한 출연자가 무대에 나와 이 전설을 공포 스릴러물로 각색한다. 평론가들은 “스토리 전개에 있어 정보가 부족해 영화 예고편을 보는 것 같다”며 신랄하게 비판한다.

8일 처음 방영된 KBS1 ‘이야기 발전소’(연출 최인성·매주 목요일 밤 12시 35분)의 한 장면이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세 팀의 일반인 출연자들이 각 테마를 중심으로 각자가 써온 이야기를 방청객과 심사위원들 앞에서 들려준다. 이후 각 이야기는 드라마,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영상화된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시도다’, ‘굉장히 실험적이다’며 호응을 보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 최인성(40·사진) PD를 만났다.

“사람들은 이야기에 대한 욕구가 있어요. 뭔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창조해서 자기 세계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출연한 분들은 자기 작품이 영상화되니까 신기해하고 감동하시기도 하고 자기가 의뢰한 것과 다르게 제작되면 항의하기도 해요.(웃음)”

이 프로그램은 기존 프로그램인 KBS1 ‘문화지대’(금요일 오후 11시 30분)의 한 코너였지만 매주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 주려는 시청자들의 응모가 늘어 하나의 독립 프로그램으로 방송됐다. 응모자의 이야기가 영상화되기까지는 쉽지 않은 경쟁을 거친다.

“여행, 돈, 복수, 복권, 비밀 등 매주 주제와 관련해 시청자들이 스토리를 만드는데, 20대부터 40대까지, 고등학생, 대학생, 주부, 직장인 등 다양한 응모자가 모입니다. 미스터리나 판타지가 많이 나와요. 최대 150편을 받아서 3편을 추려낸 적도 있어요. 평균적으로 회당 30편 정도 응모가 들어오고 이 중 3편을 고릅니다.”

이렇게 선택된 시청자의 이야기들은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애니메이션 작가, 만화가 등 각 분야의 창작전문가들에게 철저히 심사를 받는다. 이들은 이야기 발표 후 전문적인 평가를 통해 스토리라인을 좀 더 완벽한 구조로 다듬어 준다.

“일반인들의 이야기가 때론 거칠더라도 반짝이는 부분을 찾아 어엿한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영국에는 3만 개가 넘는 이야기클럽이 있어요. 이야기가 문화를 만들고, 문화콘텐츠를 떠받치는 기둥인 점을 생각할 때 이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한국판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의 시작이길 바랍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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