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예술영화 전문? 80%가 신인감독”

  • 입력 2007년 8월 14일 1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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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평범하다”고 했다. 그러나 ‘가족의 탄생’이나 ‘천하장사 마돈나’,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최고로 꼽는 그의 취향은 일반 상업영화들의 선택과는 분명 다른 지점에 닿아있다. 상냥한 목소리와 다정한 미소로 한땐 ‘커피 왕자’ 공유 못지않은 ‘여자들의 로망’이었던 그 남자, 김태우. 하지만 브라운관의 특혜를 거부한 그는 한 발짝 물러서 스크린 주위를 ‘삐딱하게’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1일 개봉한 공포영화 ‘기담’(감독 정가형제, 제작 영화사 도로시)에 이어 한주 뒤 스릴러물 ‘리턴’(감독 이규만, 제작 아름다운 영화사)을 잇달아 내놓으며 어느 때보다 관객들의 심판이 걱정된다는 그의 얼굴에는 “초초하다”는 입모양과 달리 ‘선수’다운 느긋함이 진하게 배어났다.

흔히 ‘김태우’하면 ‘예술영화 전문배우’라는 꼬리표와 함께 ‘연기파’의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때문에 ‘외골수’로 알려진 그가 대중적 장르로 일컬어지는 공포와 스릴러로 돌아왔다는 점에 고개가 갸우뚱해졌던 게 사실. 김태우는 “소위 대중 배우라면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그간 한쪽으로 기운 경향이 있어 반대쪽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우는 자신의 이름 뒤에 붙은 ‘있어 보이는’ 수식어들에 대해 강하게 손을 내젓는다. ‘연기파’라고 불리기엔 아직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예술영화에만 나왔다’고 규정짓기엔 출연작 대다수가 ‘검증 안 된’ 신인감독들의 작품이라는 것.

“홍상수(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해변의 여인), 박찬욱(공동경비구역 JSA), 유상욱(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김인식(얼굴 없는 미녀) 감독님을 제외하면 제 필모그래피의 80%가 신인감독의 작품이었어요. 딱히 예술성이나 감독님의 이름을 보고 작품을 택하기보다 전 그냥 시나리오만 좋으면 오케이거든요.”

“아무래도 시나리오를 고를 때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니 한쪽으로 치우칠 순 있겠다”고 덧붙인 김태우는 “하지만 전 정말 배역의 경중이나 저예산, 독립영화, 상업영화를 가리지 않고 시나리오만 좋다면 항상 출연했다”며 ‘영화 편식가’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에겐 또한 ‘화이트칼라’의 이율배반적인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진다. 흡사 ‘경마장 가는 길’ ‘질투는 나의 힘’ ‘오! 수정’ 등에서 배우 문성근이 보여준 나약한 지식인의 전형이 고스란히 겹쳐지는 것. 선이 굵지 않은 부드러운 외모에 실제로도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가 그동안 맡아온 엇비슷한 ‘먹물’ 캐릭터들의 영향이기도 하다.

‘편중된 이미지에 대한 불만은 없냐’고 묻자 김태우는 “일부러 이미지를 구축한 게 아니니 상관없다”며 “작품을 고르는 데 있어 변화를 바라는 관객들의 마음까지 고려하진 않는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저 이제 연기한 지 10년 밖에 안됐습니다. 앞으로도 할 역할이 너무 많고요. 분명 제가 코미디 두 편을 하면 사람들은 또 ‘변신 안 하세요’라고 물을걸요. 자연스럽게 좋은 작품에, 좋은 역할을 골라 몰입할 뿐 이미지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솔직히 특별히 관리 할 이미지도 없고요.”

그렇다면 ‘까칠한’ 이 남자가 ‘신경 쓰는 건’ 대체 뭘까. 그러자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원론적인 답이 돌아온다. 바로 ‘연기’라고. “영화는 각각의 요소들이 더해지며 풍부해지는 작업이에요. 다들 맡은 바 요소에 최선을 다해야 되고 전 배우이니 당연히 연기에 신경 써야겠죠.”

김태우는 “지인에게서 ‘이번엔 꼭 흥행돼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요점인 즉슨 장르영화 치고 평도 좋은데 흥행이 안 되면 결국 김태우가 출연하면 작품성과 상관없이 망한다는 논리”란다.

하지만 이젠 알겠다. 그가 여유로울 수 있는 까닭을. “절대 의도한 바가 아니”라며 극구 부인하겠지만, 곱씹어 봐도 그는 연기를 위한, 연기에 의한, 연기만 생각하는 ‘연기파’가 맞다. 앞으로도 펼쳐질 ‘같지만 또 다를’ 김태우의 ‘분신’들에 대한 궁금증이 밀려와 코끝이 간질간질해진다.

스포츠동아 이지영 기자 garumil@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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