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도시 “‘아줌마’ 소리 들으면 뒤도 안봐”

  • 입력 2007년 4월 24일 1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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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복 많이 받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민자나 외국인이 한국에서 사는 건 어려워요.”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방송인 이다도시(38)가 한국 생활 15년 동안 느낀 점을 담은 책을 출간했다.

이다도시는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합동 주한 프랑스 대사관 관저에서 ‘한국, 수다로 풀다’ 출판기념회를 갖고 “한국에서 결혼 비율을 봐도 13%가 국제 결혼이고 우리 애들도 한국인이자 프랑스인이다. 하지만 역시 이민자로 살면 벽이 있다는 걸 느낀다”며 “한국 국민들의 나라 사랑이 멋있고 배울 점이 많지만 어느 순간 민족주의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섭섭한 점은 여전히 외국인, 이민자를 물 위의 기름처럼 본다는 겁니다. ‘미녀들의 수다’도 즐겁게 보지만 (출연하는 외국인들을) 우리 그리고 남으로 구분 짓는 것 같아 아쉬워요.”

대학에서 아시아비즈니스를 전공하고 대학원 실습으로 3개월 간 한국 생활을 맛본 그는 1992년 취업비자로 한국을 다시 찾았다가 지금의 남편인 서창수 씨를 만나 결혼했으며 1996년 귀화했다.

우연히 방송에 출연했다가 특유의 빠른 말투와 하이톤의 목소리의 ‘재미있는’ 캐릭터를 구축한 그는 “본의 아니게 개그쪽 일을 많이 했다”고 인정한 뒤 “솔직히 얘기할 게 많았는데 ‘국어’가 부족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 스트레스를 글로 풀어놓은 것이 25일 출간되는 이 책이다.

이다도시는 15년 한국 생활에서 이해하기 힘든 문화로 결혼 후 남녀 간의 사회적 인식을 꼽았다. 그는 “(한국에서) 30대, 40대 되면 저희 남편을 비롯해 아름다운 여자로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편은 ‘조선’ 남자에요. 결혼하면 한국 여성들이 해야 할 일이 많잖아요. 30대 되면 더 이상 여자가 아니라는 말도 있는데 서양에서는 30대 되면 시작입니다. 여유 있고 자식도 있고 자신감까지 있어 대접 받습니다.”

그는 “한국 아줌마들의 교육열은 무서울 정도로 대단하다. 하지만 ‘아줌마’를 대체할 새로운 단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아줌마 소리를 들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이다도시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한국인의 모습에 “제 철학은 내일 죽을지 모르니 행복하자 살자”라며 “계속 달리다보면 옆에 있는 작은 행복을 놓친다”고 조언했다. 유럽처럼 아이도 둘 이상 낳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느 나라 여권을 가졌느냐”는 질문에 프랑스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여권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게(국적) 중요한가요. 제겐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같은 질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도 좋고 프랑스도 사랑합니다.”

[화보]‘한국, 수다로 풀다’출간한 프랑스출신 방송인 이다도시

스포츠동아 정기철 기자 tom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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