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인간과 자연의 공존 그린 ‘곰 애니’ 두편

  • 입력 2004년 1월 13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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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사랑의 소중함을 그린 애니메이션 ‘브라더 베어’. 사진제공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사랑의 소중함을 그린 애니메이션 ‘브라더 베어’. 사진제공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곰과 인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두 편의 애니메이션이 잇따라 개봉된다. 디즈니의 ‘브라더 베어’(16일 개봉)와 덴마크 애니메이션 ‘곰이 되고 싶어요’(30일). 두 작품은 모성, 인간과 자연의 공존 등 가볍지 않은 주제를 가슴 뭉클하게 그려냈다. 북구 애니메이션의 전통과 디즈니 스타일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디즈니의 '브라더 베어'▼

‘브라더 베어’(Brother Bear)는 매우 ‘어른스러운’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는 사랑 형제애 우정 등 애니매이션의 익숙한 코드 외에도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의 존재방식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거대한 매머드가 북미 대륙을 거닐던 먼 옛날 세 형제가 살고 있었다. 부족의 무녀는 관습에 따라 막내 키나이의 인생에 도움을 줄 토템(totem·부족 또는 씨족사회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동식물 또는 자연물)을 준비한다. 키나이에게 주어진 것은 사랑을 의미하는 곰 토템. 하지만 부족 청년들에게 곰은 미련스러운 존재이고 더구나 ‘사랑은 여자나 하는 것’이다.

키나이가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은 신비하면서도 고전 비극의 한 장면처럼 고통스럽다. 키나이는 형 시트카가 곰의 습격으로부터 자신을 구한 뒤 죽자 복수심에 불탄다. 키나이가 복수에 성공하는 순간 그는 곰의 모습으로 바뀐다. 무녀는 “너를 곰으로 만든 것은 형의 영혼이고, 빛이 산과 만나는 곳에서 형을 만나야 한다”고 한다.

키나이와 죽은 곰의 새끼인 코다. 둘은 자신들의 운명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모른 채 길동무가 돼 여정을 떠난다.

영화는 곰이 된 키나이의 눈을 통해 이제까지 사람이었던 그가 볼 수 없던 자연의 세계와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준다. 키나이가 정당하게 생각하는, 형을 위한 복수조차 어린 코다에게는 엄마를 빼앗은 만행이다. 키나이 형제가 위협적으로 느낀 코다 엄마의 공격은 어린 새끼를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모성이었을 뿐이다.

이 작품은 해피엔드라는 ‘애니메이션의 운명’을 뿌리치지는 못하지만 아이는 물론 어른 관객도 빨아들이는 깊이가 있다. 그 무거움 때문일까. 아무래도 돈 버는 재주(흥행)에 관한 한 곰은 사자(‘라이언 킹’), 인형(‘토이 스토리’), 물고기(‘니모를 찾아서’)보다는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을 법하다.

팝스타 필 콜린스가 음악을, ‘글래디에이터’ ‘싸인’의 호아킨 피닉스가 키나이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전체 관람 가. 16일 개봉.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덴마크 작품 '곰이 되고 싶어요'▼

곰이 되고 싶어하는 아이의 신화적 이야기를 수채화 기법으로 그려낸 ‘곰이 되고 싶어요’. 사진제공 프리비젼

북극해에 가까운 그린랜드. 새끼를 임신한 엄마 곰이 늑대의 습격을 받고 아기 곰을 사산한다. 마침 사랑스런 아기를 출산한 에스키모 부부는 엄마 곰의 슬픈 울음소리를 듣고 아이에게 ‘작은곰’이란 이름을 붙인다. 아빠 곰은 슬픔에 잠긴 엄마 곰을 위해 이 아이를 훔쳐온다. 엄마 곰은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를 보살피고, 아이는 자신이 곰인 줄 알고 성장한다. 아이를 찾아 나선 에스키모 아버지는 마침내 곰의 은신처를 발견한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곰은 있었어도, 곰이 되길 원하는 사람 이야기는 드물다. 덴마크의 애니메이션 감독 야니크 하스트룹이 동화를 각색해 만든 ‘곰이 되고 싶어요’는 익숙한 듯한 신화적 플롯을 한 번 더 뒤집어 사람과 자연의 케케묵은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2003 베를린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 수상작.

모정(母情)이라는 끈끈한 테두리 안에서 보자면 곰과 인간은 하나다. 역설적으로 이런 이유 때문에, 아이는 자신을 길러 준 곰의 세계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애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에요”하면서 아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에스키모 어머니는 패배자가 아닌, 모정의 승리자다. 사람과 곰 사이의 ‘소통’은 그래서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림은 면(面) 대신 선(線)을 썼다. 붓 터치를 최소화한데다, 몇 가지 색을 덧칠하는 수채화 기법은 북극의 설경(雪景)에 다채로운 시각적 상상력을 제공하고 있다. 마치 아이들 그림처럼 등장 캐릭터의 윤곽선을 까맣게 칠한 것도 동심의 분위기를 풍긴다.

브뤼노 쿨레의 음악도 인상적이다. 어머니의 자장가는 멜로디가 절제되고 단선적이지만 이미지는 최면술처럼 강렬하다. 사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과 함께 에스키모의 소소한 생활양식이 스며나는 것도 이 75분짜리 애니메이션이 주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30일 개봉. 전체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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