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EBS 광복절 특집다큐 '밀림이야기' 2부작

  • 입력 2003년 8월 5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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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호랑이의 원류인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를 추적해온 EBS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2년간의 대장정 끝에 또 하나의 개가를 올렸다. 밀렵꾼의 총에 사라져가는 시베리아 호랑이 3대에 걸친 가족들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영상에 오롯이 담은 것.

이 프로그램은 14∼15일 EBS 광복절 특집 다큐멘터리 ‘밀림이야기’(오후 10시)에서 1부 ‘시베리아 호랑이 3대의 죽음’과 2부 ‘침묵의 추적자들’로 방영될 예정이다.

박수용, 이효종, 장진, 순동기 PD 등 EBS 자연다큐 제작진이 러시아 연해주 패트로바 섬(두만강 동북쪽 일대)에 도착한 것은 2001년 10월. 박수용 이효종 PD는 1997년 세계 최초로 시베리아 야생호랑이 촬영에 성공한 이후 6년째 이곳을 찾고 있다.

만주, 연해주, 북한의 함경북도를 넘나드는 시베리아 야생호랑이는 현재 15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밀렵꾼들의 총에 급격히 그 숫자가 줄어드는데다, 100∼200km 반경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을 홀로 생활하는 습성 탓에 그동안 방송 카메라에 잡힌 적이 거의 없다. 이 지역에 사는 주민들도 평생 한번 볼까 말까할 정도.

제작진은 97년 밤에 나타난 호랑이를 겨우 촬영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호랑이들의 낮시간대 생활을 근접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제작진은 호랑이가 자신의 영역임을 표시한 배설물이나 발자국을 확인해 100여km에 걸쳐 10여개의 잠복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4명의 PD들은 땅 속에 파놓은 반평짜리 잠복지에서 각각 6개월씩 호랑이를 기다렸다. 식량은 미리 가져간 수백 개의 주먹밥을 물에 녹여 먹는 것이 전부. 사람 냄새가 나면 호랑이들이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영하 30도의 혹한에 구덩이 속에서 씻지도 않고, 대소변도 해결하는 2년간의 외로운 기다림이었다.

“밖이 추울 수록 구덩이 속은 아늑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찾아다니는 것보다 돌멩이처럼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자연이 오히려 잘 보였습니다. 책도 읽고, 사색도 하며, 자연을 보고, 기다림을 배웠습니다.”(박수용 PD)

2001년 겨울. 제작진은 어미 호랑이와 독립을 앞둔 세살 가량 된 세 마리의 새끼 호랑이를 목격했다. 그 중 두 마리는 암컷, 한 마리는 수컷이었다. 얼마후 어미 호랑이가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은 채로 발견됐다. 뿔뿔이 흩어진 세 마리의 새끼 호랑이들은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독립해 살아간다. 그러던 중 수컷 새끼 호랑이가 올가미에 걸려 죽고, 살아남은 나머지 두 마리의 호랑이는 각각 다시 두 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다시 맞은 겨울, 제작진 앞에 충격적인 장면이 목격된다. 새끼 호랑이가 반쯤 뜯어 먹힌채 죽어있었던 것. 먹이가 부족한 상황에서 호랑이 형제끼리 싸우다 죽은 것이었다.

2부 ‘침묵의 추적자’들은 시베리아 호랑이를 신으로 섬기는 여진족의 후예인 ‘우데게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숲에서 사냥감이 사라진 지금, 호랑이도 우데게족도 급격히 줄어드는 모습은 자연과 사람이 운명 공동체임을 느끼게 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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