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장화, 홍련' 봤니?”… 흥행 비결은?

  • 입력 2003년 6월 26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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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이와 관찰자 모두의 예상을 깨고 대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공포영화 ‘장화,홍련’-동아일보 자료사진
만든 이와 관찰자 모두의 예상을 깨고 대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공포영화 ‘장화,홍련’-동아일보 자료사진
김지운 감독의 공포 영화 ‘장화, 홍련’의 위세가 대단하다. 이번 주말은 다소 주춤거리겠지만 이 영화는 2주 전 한국영화 개봉 신기록을 세운 것을 비롯해 개봉 11일째인 23일에는 전국 관객 수가 200만 명을 넘었다. 지난해와 올해 최고 흥행작인 ‘가문의 영광’과 ‘살인의 추억’의 추이를 앞서는 속도다.

특이한 것은 ‘잘 만든 영화’라는 평도 없는데다 흥행 요인중 하나인 스타 캐스팅에 기댄 영화도 아니라는 점. 또 공포 영화는 여성의 선호 장르가 아닌데도 인터넷 예매사이트 ‘맥스무비’의 집계에 따르면 ‘장화, 홍련’의 남녀 비율은 29대 71로 여성이 압도적이다. ‘살인의 추억’은 34대 66. 특히 여중고생들 사이에서는 ‘장화,홍련’을 안보면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정도다.

영화계에서는 무엇보다 이 영화가 사춘기 소녀의 정서에 어필했다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꼽는다. 1998년의 흥행작 ‘여고괴담’이 10대 소녀들이 학교의 억압을 최초로 다룬 공포영화인데 비해 ‘장화, 홍련’은 10대 소녀들이 성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잠재된 두려움을 처음으로 끄집어낸 공포 영화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아버지의 사랑을 빼앗아간 새엄마에 대한 증오, 월경을 하기 전의 꿈 장면에서 드러나듯 사춘기의 질투와 어른이 되는 데 대한 두려움, 성적 성장에 대한 억압같은 정서가 배어 있는 영화”라고 진단했다.

의사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족 안에서 사춘기 소녀가 겪는 공포와 비극을, 사춘기 소녀 시절을 경험했거나 하고 있는 여성들이 공감한다는 분석이다.

이 영화의 홈페이지에는 모호한 내러티브 구조를 비난하기보다 내러티브의 빈 곳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려는 관객들의 글이 많다. 원한 맺힌 귀신의 출현으로 충격의 강도를 높여가지만 공포의 근원은 가족간 의사 소통의 부재라는 논리적 허술함을 이들은 문제로 보지 않고 있다. 관객들은 이 영화의 이미지와 스타일이 주는 느낌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 영화에 대해 ‘명품 호러’ ‘꽃가라 호러’ ‘청담동 호러’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도는 것처럼 고급스러워 보이는 미술의 힘도 흥행의 한 요인.

여기에 제목과 비주얼의 부조화도 흥행의 한 요소로 꼽힌다. 제작자인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는 “제목은 친숙하고 고전적인데 비주얼은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기묘한 부조화가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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