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삼성동 코엑스몰 메가박스 뜯어보기

  • 입력 2003년 6월 4일 16시 42분


코멘트

《국내에서 가장 큰 멀티플렉스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의 메가박스다. 메가박스 한 곳에서만 서울 관객의 17.7%가 든다. 멀티플렉스의 대표선수라 할 메가박스를 샅샅이 뒤져보고, 메가박스 하현오 점장에게 들은 이모저모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왜 영화 상영이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Ending Credit·영화 마지막에 출연, 제작진을 소개하는 긴 자막)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곧장 불을 켜버리나.

그건 자동으로 켜지는 거다. 영화사로부터 영화 상영시간이 115분이라고 통보받으면 상영 스케줄을 짤 때 이 시간을 전산 입력한다. 그래서 영화 시작과 동시에 불이 꺼지고 정확히 115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불이 켜진다. 영화사들이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영화심의를 받을 때 영화 상영시간에 엔딩 크레디트를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한다. ‘8마일’같은 영화는 영화사가 엔딩 크레디트를 영화 상영시간에 포함시켰고, 그래서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가고 나서야 불이 켜졌다.

―미국에서는 매점 판매고가 멀티플렉스 전체 수익의 70%에 달하는데 한국은 어떤가. 또 매점 물건은 왜 그렇게 비싼가.

매점 판매 수익이 극장 전체 수익의 40%쯤 된다. 입장권 판매료는 40∼50%를 영화사에 주지만 매점 판매 수익은 극장이 전부 갖는다. 가격은 극장이 임의대로 결정한다. 밖에서 500원인 물 한 병이 매점에서는 1200원인데, 극장 안에서 살 수 있다는 편리함을 가격에 반영한 것이다. 소음이나 냄새가 심해 영화 관람을 방해하는 음식은 반입을 금지하지만, 다른 곳에서 음료를 사갖고 올 경우 막을 근거는 없다. 외부음식 반입금지는 행정당국이 규제하는 불공정 거래행위다.

―평균적인 사람들은 100w 전구만큼의 열을 발산한다는데 상영관 안 온도관리는 어떻게 하나.

에어컨이 천장에서 나오는 중앙 통제식 냉방 시스템인데, 덥다고 하는 관객도 있고 춥다고 하는 관객도 있다. 이 차이는 좌석의 스타디움 방식 배치 때문이다. 488석인 1관의 경우 높이가 11m이고 맨 앞줄과 맨 뒷줄의 높이 차이가 무려 8.5m다. 같은 온도로 냉방을 해도 송풍구와 거리가 먼 앞줄의 승객은 덥고 송풍구가 머리 바로 위에 있는 뒷줄의 승객은 춥게 느낀다. 에어컨 송풍구를 열었다가 닫았다가 하는 시스템이 되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는 그렇게 안되어 있다.

―좌석 표는 어느 자리부터 판매하나.

표는 인터넷 홈페이지 예매(30%), 티켓링크 등 위탁 판매(30%), 현장 판매(40%) 방식으로 판매한다. 스크린에서 뒤 벽 사이까지 거리의 3분의2 지점에 있는 중앙 열이 로열석인데 이 자리는 인터넷 홈페이지 예매에 우선 내놓는다. 그 로열석을 박스 형식으로 둘러싼 자리가 그 다음으로 좋은데 위탁 판매로 넘어가고 나머지가 현장 판매 분으로 나온다. 제일 앞줄은 가장 나중에 판다. 홈페이지 예매에서 로열석이 남으면 영화 시작 3시간 전에 현장 판매로 넘긴다.

―상영관이 16개이면 영사실도 16개인가.

영사실은 1개다. 중앙 로비의 천장 위가 영사실인데 16대의 대형 영사기가 디귿자로 늘어서 있는 대형 무인공장처럼 생겼다. 보통 2, 3명의 영사기사가 16대의 영사기를 모두 관리한다. 영사기 1대로 2개의 상영관에 동시에 영화를 틀 수 있는 인터로킹 영사시스템이 있어 ‘매트릭스 2 리로디드’같은 대작 영화를 상영할 때 가끔 사용하기도 한다.

―16개관의 상영시간표를 어떻게 짜나.

우선 한 영화당 1일 최소 7회 상영이 가능하도록 조조 시간을 정한다. 요즘 조조상영이 7시40분까지 앞당겨졌는데 이 때도 매진이 된다. 중간에 25∼30분씩 차이를 두고 상영시간을 정하는데 이는 관객이 나가는 시간(5분), 청소(5∼10분), 광고상영(10∼12분), 예고편 2편 상영(5분)을 고려한 것이다. 1관 상영시작시간이 오전 7시40분이면 옆 관은 오전 8시에 시작하는 식으로 20분씩 시차를 두고 각 관의 상영시작시간을 결정한다. 이는 매점이 가장 붐비는 시간이 영화 시작 20분전부터이기 때문이다. 각 관 상영시작 시간차를 10분 단위로 줄이면 관객들이 매점에 줄을 서 있다가 그냥 극장에 들어가 버린다.

―좌석 경사도는 어떻게 결정하나. 스크린의 크기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경사도는 보통 40도를 넘지 않는데 경사도보다 객석 계단의 높이가 더 중요하다. 메가박스의 좌석 계단 높이는 앉았을 때 앞사람의 머리가 시선을 가리지 않는 최소 높이인 30cm다. 너무 내려다보게 되면 시야가 나빠지므로 대개 30∼35cm에서 계단 높이를 결정한다. 좌석을 결정할 때, 전체 평면에서 극장을 배열하고 각 상영관의 크기가 정해지면 스크린의 크기를 정한다. 그 다음 스크린 가로 길이의 반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맨 앞줄을 배치한다. 그래야만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는다. 그 다음 좌석 계단의 폭을 정하는데 옛날 극장은 대개 900cm였지만 메가박스의 좌석 계단 폭은 1100cm다.

―불이 났을 때 대피로는….

코엑스 몰의 최대 입점업체가 메가박스여서 강남소방서 경찰들이 상주하고 있다. 메가박스 비상대피로는 위급상황에 관객들이 전부 중앙 로비에 모여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주차장 쪽으로도 나 있다. 이 대피로들을 알아내 그곳으로 몰래 들어와 영화를 훔쳐보는 얌체 고교생들이 가끔 있다. 근처 K고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공문까지 보냈는데 잘 안된다. 밖에서 못 열도록 잠가 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소방법상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숫자로 본 메가박스▼

하루 5000컵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최다 인원=4336명

△넓이=연면적 6500평 (월드컵 축구장 3.6배 크기)

△토요일 하루에 팔리는 콜라 수=5000컵

△토요일 하루에 팔리는 팝콘 수=3000봉지

△주중 1일 평균 관객수=성수기 1만7000∼2만명/비수기 7000∼1만명

△주말 1일 평균 관객수=성수기 2만5000∼2만8000명/비수기 1만 5000명 (2001년 ‘슈렉’ 상영할 때에는 토요일 하루에만 3만1700명 이 들어 기네스 기록 신청했음)

△1개관 평균 영화 상영횟수=1일 7.2회

△최대, 최소크기 상영관=최대:1관 (488석)/최소:12∼15관 (116석)

하루 3000봉지

△의자 가격=개당 35만원

△청소=일일 대청소는 오전 3시반∼7시반/1년에 2회 의자 스팀 청소

△하루 평균 근무 직원 수=5월25일의 경우 총 근무인원 144명 (전체 직원수는 계약직 80명, 아르바이트 5명, 정직원 55명)

△몰래 공짜 입장했다가 적발돼 반성문을 쓰는 얌체족=성수기 하루 평균 1,2명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