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신과 함께 가라'…너무나 인간적인 수도사

  • 입력 2003년 5월 26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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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의 길에 내던져진 수도사들의 갈등과 방황, 성장을 그린 영화 ‘신과 함께 가라’ 사진제공 피그말리온
속세의 길에 내던져진 수도사들의 갈등과 방황, 성장을 그린 영화 ‘신과 함께 가라’ 사진제공 피그말리온
노래를 통한 찬양과 기도를 수행 방법으로 삼는 칸토리안 교단은 교회로부터 파문당해 2개의 수도원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중 하나인 독일 칸토리안 수도원의 원장 신부가 죽자 나머지 3명의 사제들은 교단의 보물인 규범집을 챙겨들고 마지막 남은 이탈리아의 수도원을 향해 떠난다.

독일 영화 ‘신과 함께 가라 (Vaya con Dios)’는 속세의 생활에 무지하다시피 한 수도사들이 속세의 길에서 겪는 갈등과 방황, 성장을 다룬 로드 무비다. 제목만 들으면 딱딱한 종교 영화를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각본을 직접 쓰고 연출한 졸탄 슈피란델리 감독은 예기치 않은 사건을 연속적으로 겪는 수도사들의 변화를 통해 이 작품을 종교 영화를 뛰어넘어 인간적 성장을 그린 휴먼 드라마로 확장시켰다.

이 영화는 수도사들을 세상의 갈등과 유혹 앞에 초연한 존재로 묘사하지 않는다. 타실로 (마티아스 브레너) 수사는 30년 만에 만난 어머니 곁을 떠나지 못하고, 베노 (마이클 귀스덱) 수사는 제도적 안정과 지위의 유혹 앞에서 눈을 돌리지 못한다. 홍안의 미소년인 아르보 (다니엘 브뤼엘) 수사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여기자 키아라 (키아라 스코라스)와 사랑에 빠진다. 가족과 제도, 사랑 등 각자의 발목을 잡는 세 가지 유혹에 맞닥뜨린 수도사들은 헤매고 좌절하면서도 결국 ‘유혹’을 딛고 일어선다. 그러나 아르보를 제외한 다른 수사들의 감정의 디테일에 대한 묘사가 세련되지 못해 행동 동기가 불분명해보이는 대목도 있다.

아르보의 방황은 수도사의 이야기를 뛰어넘어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찾기 위해 헤매는 사람의 여정을 연상시킨다. 수도사도 여성과의 사랑에 빠지냐고 묻는 아르보에게 베노는 “가능, 불가능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아르보가 그것을 찾기 위해 영화 마지막에 길을 떠날 때, 그리고 내레이션으로 그 후 자신의 선택을 들려줄 때, 그가 느꼈다는 ‘상상할 수 없는 활기’는 관객에게도 전이된다.

무엇보다 ‘신과 함께 가라’는 ‘보는 영화’일 뿐 아니라 ‘듣는 영화’다. 변심한 베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성당에 모인 3명의 수도사가 함께 성가를 부르는 장면은 사람의 목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15세이상 관람가. 30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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