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엇을 위한 방송시간 연장인가

  • 입력 2003년 1월 30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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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SBS 등 3개 지상파 방송에 대해 방송시간을 3시간 연장해주려는 방송위원회의 방침은 재고돼야 마땅하다. 방송시간 연장 여부를 놓고 열린 공청회는 ‘요식행위’라는 느낌이 짙다. 방송협회의 숙원사업을 해결해주기 위해 가을개편부터 3시간 방송시간 연장 허용을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짜맞추기 식으로 진행됐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방송시간 연장 찬성론자들은 케이블TV 위성방송 등이 24시간 방송을 하고 있고,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었으며, 세계적으로도 탈규제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임기만료(2월11일)를 불과 10여일 앞둔 제1기 방송위가 이 같은 정책을 왜 서둘러 결정하려는지를 철저히 따지지 않았다. 지상파 방송시간 연장은 프로그램 제작 여건의 발전이나 시청자의 수요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방송사의 수입 확대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막판 선심’에 대한 물밑거래가 없다면, 방송환경에 큰 변화를 몰고 올 방송시간 확대는 다음 방송위에서 깊이 있게 논의한 뒤에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전문가들과 시청자단체들은 늘어나는 방송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현재도 지상파 4개 채널은 규정시간보다 하루 3, 4시간이나 편법으로 연장 방송하면서 오락프로 재방영을 일삼는 형편이다. 제작여건이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3시간 더 방송할 경우 제작이 쉽고 광고가 잘 붙는 저질 연예오락프로나 재방송으로 메워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송사들이 방송시간 연장을 외치기에 앞서 방송의 공공성 중립성 독립성을 실현하고 있는지, ‘자율화’에 걸맞은 수준 높은 프로를 방영하고 있는지를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는 점이다. 차기 정부와 방송위 신임 집행부 구성을 앞둔 지금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송의 획기적 체질개선 등 미디어환경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에 대해 고민할 때다. 방송사 배만 불리는 방송시간 연장은 전파낭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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