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 일요스페셜 '동행'…어느 부부의 양봉유랑 四季

  • 입력 2003년 1월 29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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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방영되는 다큐멘터리 ‘동행’에 나오는 성악가 출신 양봉인 김성록씨(왼쪽) 부부. 도시생활을 정리한 김씨부부는 1년 내내 전국을 유랑하면서 꽃을 찾아 다니며 벌을 키운다. 김성록씨가 5월말 벌통에서 아카시아꿀을 처음으로 채취하고 있다(위쪽 부터). 사진제공 아리랑TV

2일 방영되는 다큐멘터리 ‘동행’에 나오는 성악가 출신 양봉인 김성록씨(왼쪽) 부부. 도시생활을 정리한 김씨부부는 1년 내내 전국을 유랑하면서 꽃을 찾아 다니며 벌을 키운다. 김성록씨가 5월말 벌통에서 아카시아꿀을 처음으로 채취하고 있다(위쪽 부터). 사진제공 아리랑TV

《올해 45세의 김성록씨. 그는 서울대 음대 재학시절 박인수 선생의 첫 제자로 조수미와 더불어 촉망받던 성악가다. 서울시립합창단원이었던 97년 그는 고려대 원예학과 출신인 부인 유희걸씨와 함께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양봉인으로 변신했다.》

도시를 떠난 이들 부부가 정착한 곳은 한국에서 가장 청정지역 중의 하나인 경북 영양군. 이들은 매년 1월이 되면 영양의 수하계곡을 떠나 벌통을 트럭에 싣고 꽃을 찾아 전국을 떠돌기 시작한다.

아카시아꽃, 밤꽃, 싸리꽃…. 계절이 바뀌어도 새롭게 피어나는 꽃들을 찾아 1년내내 전국을 떠도는 국내 몇 남지 않은 ‘유랑 양봉민’이다.

2월2일 아리랑TV와 KBS 1 ‘일요스페셜’에서 동시 방송되는 로드 다큐멘터리 ‘동행’(오후 8시)에선 1년간 양봉인 부부의 사계(四季)를 담는다.

4년전 현각스님의 구도 여행을 담았던 다큐멘터리 ‘만행’(卍行)으로 화제를 모았던 아리랑TV의 이홍기PD의 작품이다.

성악가로 활동하던 시절 풍치를 앓았던 김씨는 귀농한 이후 우연히 벌이 만든 천연물질을 먹고 병이 완치되는 것을 경험했다. 이것은 벌이 애벌레나 집을 청결히 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천연 항생제. 이후 김씨 부부는 벌의 세계에 매료돼 양봉을 시작했다.

김씨 부부가 새해가 밝는 1월이면 찾는 곳이 제주도. 날씨가 따뜻한 제주도는 산란한 벌들을 키우고, 비행훈련을 시키며 1년간의 여행을 준비하는 양봉인들의 성지다.

이윽고 아카시아꽃이 피기 시작하는 4월. 부부는 한통에 5만여마리씩으로 급격히 불어난 벌통 500여개를 트럭에 싣고 육지로 향한다.

이후 북상하는 ‘꽃의 물결’을 따라 전남 강진, 경남 일광, 국내 최대의 밀원지인 경북 산동재, 충북 오창, 경기 포천, 철원지방의 민통선에 이르기까지 1, 2주일 간격으로 머무르며 북쪽으로 올라가는 유랑생활을 한다.

“휴전선만 없었으면 백두산까지라도 올라가 꽃과 벌이 함께 만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1월 눈 내린 영양에서 첫 촬영에 들어간 제작팀은 유채꽃 피어난 제주와 중간 기착지 강진 백련사 등 아름다운 영상을 고화질(HD)카메라에 담았다.

특히 권력 승계를 마친 여왕벌이 수만마리의 벌떼를 몰고 다른 벌집을 찾아 떠나는 ‘분봉’ 장면의 장관과 갓 태어난 유아벌에게 꿀을 먹이는 모습 등 미세하게 들여다본 벌들의 세계도 큰 감동을 준다.

그러나 환경파괴로 인한 이상기온으로 벌떼들이 집단폐사하는가 하면, 태풍 루사로 정성껏 키운 벌통들이 송두리째 떠내려가 김씨 부부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김씨 부부가 제주도 등지에서 벌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서울에 사는 외동딸 김노을양(13)은 홀로 외지 생활을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엄마와 아버지를 따라 전국을 떠돌던 노을양은 이제 이모집에 살면서 힘든 도시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성악가로서의 삶과 외동딸마저 서울에 남겨둔채 이들 부부가 찾는 자연적 삶은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홍기PD는 “김씨 부부가 벌과 함께 하는 여행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커뮤니케이션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며 “동시에 이러한 조화로운 ‘동행’이 얼마나 파괴되기 쉬운 것인지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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