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고려초 수뇌부 패션 관심모으는 ´제국의 아침´

  • 입력 2002년 3월 4일 15시 24분


신명순성왕태후 역의 정영숙(왼쪽)과 장화왕후 오씨 역의 반효정
신명순성왕태후 역의 정영숙(왼쪽)과
장화왕후 오씨 역의 반효정
방영 첫주 주간 시청률 2위에 오른(30.9%·TNS미디어 코리아 조사) KBS 1TV의 대하사극 ´제국의 아침´이 전편격인 ´태조 왕건´에 비해 화사해진 의상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극의 시대 배경이 고려 초기이기 때문에 ´태조 왕건´과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출연진의 의상이 연두와 베이지색 등 밝고 화사한 분위기로 바뀐 것.

´태조 왕건´에서 짙은 자주색의 포 (袍·두루마기)와 쩔렁거리는 쇠붙이가 붙은 군복을 입고 나왔던 박술희가 ´제국의 아침´에서는 고려 청자빛의 화사한 두루마리와 두건을 하고 나오는 등 패션이 업그레이드 됐다. 혜종 정종의 어머니를 비롯한 왕의 여인 들의 머리 장신구도 더욱 섬세해졌다. 짙은 회색과 남색 일색이었던 궁궐 수비대의 군복도 밝은 녹색으로 바뀌었다.

: 아마도 이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의상은 사료에 토대를 둔 추측. 현재 고려의 복식 자료는 1123년 중국의 사신인 서긍이 쓴 ´고려도경´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제국의 아침´의 의상고증자문을 하고 있는 복식문화연구원 유희경 원장은 ˝고려도경에는 그림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글만 있다˝며 ˝그 밖에 불화(佛畵)를 비롯해 여러 인물화가 있으나 실제로 이런 옷을 입었다고 할만큼 구체적 증거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 ´제국의 아침´에 나오는 옷은? KBS는 유희경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태조왕건´의 ´의상고증자문위원회´를 그대로 가동시키고 있다. 유위원장 등 전문가 12명이 매주 한차례 얼마 안되는 기록과 역사적 사실을 맞춰 방송에 필요한 의상의 형태와 색을 정한다.

태조 왕건 에서는 고려 백제 신라의 3국의 의상이 개성있게 차별화되는 동시에 평상복보다는 군복이 주를 이뤘다. 제국의 아침 에서는 한 제국 안에서의 왕권을 향한 암투와 왕권이 강화되는 과정을 그리기 때문에 한 나라안의 직제별 신분별 의상을 보다 세밀히 묘사한다. 태조왕건 시절 이미 염색이 돼 있는 천을 구입해 의상을 만들었던 KBS아트비전은 제국의 아침 에서는 흰 천을 염색해 ´의상고증자문위원회´가 원하는 색깔을 낸다. 왕비의 장신구는 대부분 공예품. 상당부분 진품 보석을 사용하며 한 개에 150만원짜리도 있다. 삼국시대 쩔렁거리며 전투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던 철제 갑옷은 가죽을 재료로 많이 썼다.

혜종역의 노영국과 왕비역의 김현주
박술희역의 조영환

:자주적 복식 문화는 중반 이후:

드라마 중반 이후를 이끄는 광종(949-975)은 400여년을 잇는 고려 제국의 기틀을 마련한다. 이 시기에 통일신라와 중국 송나라의 영향을 받았던 복식체계는 광종11년에 백관의 공복제도가 마련되면서 자주적인 복식문화가 생긴다. 공복제도는 품게에 따라 자(紫·자주색) 단(丹·붉은색) 비(緋·고려청자색) 녹(綠·청색과 황색의 중간색) 네 색깔을 사용하고 여인들의 옷도 가슴 위로 입던 치마를 밑으로 걸치게 된다.

광종역을 맡은 김상중은 아직까지는 태자의 달령 을 입고 있다. 달령은 대신이 입는 자색옷에 태자를 상징하는 용무늬가 은박돼 있는 옷. 사냥을 할 때는 소매가 잘려진 털옷인 ´털반비´를 입는다. 드라마 중반 그가 왕위에 오를 때는 면류관을 쓰고 화려한 문장이 새겨진 왕대례복을 입고 왕위 즉위 후 공무를 볼 때는 자색의 천에 깃에 검정 선이 들어간 공복을 입는다. 왕의 일상복으로는 황금색의 용무늬 포와 검정색 복두를 쓴다.

의상고증자문위원회와 KBS아트비전측은 현재 광종으로 접어들면서 사용할 자 단 비 녹 등 네 가지 색을 놓고 고민중. 문헌에는 ´자 단 비 녹´이라는 네 글자만 나와 있을 뿐, 구체적으로 명도와 채도가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고증자문위원회 회의에서는 매번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나성엽기자>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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