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다큐 '술'…당신의 酒道는 몇 단입니까?

  • 입력 2000년 9월 8일 18시 57분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사람 순우 곤은 벼슬처럼 술맛에도 9품이 있다고 했다.

최하 단계인 9품은 부복술(俯伏酒)로 임금이나 손위 어른 앞에서 마시는 것이었고 제사나 잔칫집에서 낯선 사람과 먹는 것은 예주(禮酒)로 7품이었다. 주점에서 여럿이 마시는 술은 5품이며, 최상인 1품은 풍광을 찾아 혼자 마시는 술이었다.

하늘이 내린 ‘가장 아름다운’ 음식이자 ‘웬수’로 불리는 술.

가무음주(歌舞飮酒)가 아니고 꼭 음주가무였다. 고금을 통털어 ‘이 녀석’에 대해서는 사연도, 할 말도 많지 않을까. 오죽하면 조선시대 세종이 ‘계주교서(誡酒敎書)’까지 내려 술의 폐해를 지적했을까.

11일 방영되는 MBC 다큐멘터리 ‘술’(오전10·40).

2부로 구성된 이 프로는 술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짚어본다.

시인 조지훈은 ‘주도유단(酒道有段)’이라고 해 술 먹는 이들을 18단계로 구분했다. 애주(愛酒)로 1단에 오른 이는 3단 주호(酒濠), 5단 주선(酒仙), 8단 주종(酒宗)을 거쳐 급기야 9단의 폐주(廢酒) 또는 열반주(涅槃酒) 단계로 발전해 나간다.

1부에서는 목로주점, 이동주막, ‘나라베’ 술집 등 시대별로 다양하게 변화된 술집과 안주 등 음주 문화의 변천사를 살펴본다.

2부에서는 일본 쿄토의 술박물관과 중국 등 현지 취재를 통해 동양 3국의 술 문화를 비교한다.

술은 사회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청주와 탁주가 중심이었던 우리 술은 고려시대 몽고군의 침입 당시 증류주인 소주가 유입되면서 크게 변화를 맞는다.

1907년 가정에서 술빚는 것을 금지하는 일제의 주세령이 내려지면서 전통소주의 맥이 위협받기도 한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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