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미리보기]판소리 춘향가, 영상전체 이끌어

  • 입력 1999년 3월 7일 19시 55분


임권택감독이 연출하는 ‘춘향뎐’이 93년 ‘서편제’와 비슷하리라 생각하면 오산이 될게다. 임감독 자신이 가장 경계하는 것도‘서편제의 아류’라는 소리.

‘서편제’가 드라마에 판소리를 부분적으로 삽입했다면 ‘춘향뎐’은 영상 전체가 판소리 춘향가의 구성 리듬 정서와 한몸이 되어 굴러갈 것이라고 제작진은 설명한다. 소리가 ‘보이고’ 이미지가 감동으로 살아나게 만들겠다는 각오다.

사실상의 시나리오는 완창하는데만 4시간40분이 넘는 판소리 춘향가 완판본이다. 시대와 세월을 뛰어넘은 이 ‘최상의 대본’중 ‘서편제’의 배우 김명곤이 빛나는 대목만 2시간 가까이 추려내 다듬었다.

명창 조상현과 고수가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춘향가를 들려주는 가운데 해설에 해당하는 ‘아니리’가 영상으로 펼쳐진다. 조선시대 춘향이가 살아숨쉬는 과거 속으로 현재의 우리들이 여행을 떠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아픈 이별의 대목에서는 배우가 아픔을 말하기 보다 전체 그림이 아프게 다가오도록 연출한다는 설명. 영화의 분위기와 템포도 판소리와 흐름을 같이 한다.

춘향과 이도령이 사랑을 나눌 때는 한가하고 유유자적한 진양조나 서정적인 중모리 선율, 그러나 어사또 부임 때는 휘모리 장단으로 넘어간다.

방자가 이도령에게 나귀를 대령해 치장하는 장면을 ‘자주실로 만든 굴레, 산호로 만든 채찍, 옥구슬 금편, 황금실로 얹어놓은 자갈’로 묘사한 완판본대로 실제로 그것을 재현한다.

촬영은 주로 남원에서 한다. 남원시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았고 제작진은 춘향의 가묘(假墓)에 “잘되게 해달라”며 절을 올렸다. 임감독의 97번째 영화인 ‘춘향뎐’은 2000년 설에 만날 수 있다.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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