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장사익 삶의노래 공연…14일 세종문화회관

  • 입력 1998년 11월 10일 19시 15분


“소리꾼으로 불러주면 지는 너무 고맙지유. 딱 부러지는 국악도 대중가요도 그 무엇도 아닌디….”

‘노래랑 사는 실업자’라는 소리꾼 장사익(50). 그는 마흔여섯 나이에 ‘데뷔’란 걸 한 늦깎이다.

4년전 충청도 출신 작달막한 촌사람의 목청이 터지기 시작하자 국악과 대중가요계에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하늘 끝까지 오를 듯한 고음에 우리 가락은 물론 트로트 재즈 등 온갖 소리가 흘러나왔고 또 뒤섞였다. 삶의 무게가 실린 그의 새로운 소리에 듣는 이들은 전율을 느꼈다.

“살다가 생각나는 게 있으면 노래로 엮고 그걸 흥얼거리지유. 그러다 때 되면 사람들 앞에서 소리를 풀어 놓구유… 이렇게 사는 게 백수 아닌가유.”

그가 14일 오후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장사익 소리판―허허바다’를 연다. 이번 무대에서는 ‘국밥집에서’ ‘하늘가는 길’ ‘삼식이’ 등 1,2집에 수록된 곡과 ‘나와 잠자리의 갈등’ ‘허허바다’ 등 신곡들을 들려준다. 이전에 비해 무속과 농악의 비중이 높아졌다. 사물놀이의 볼륨을 줄여 타악기 리듬에 얹은 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그의 노래인생은 30년 가깝게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은 물레방아같다.

60년대 후반 선린상고에 다니던 시절 그의 꿈은 남진 나훈아같은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요학원에서 기초부터 제대로 노래를 배웠고 군복무시절에는 신중현의 ‘봄비’를 잘 불러 전라도 일대에서 ‘봄비 아저씨’로 통했다.

“실력만 갖고 안되는 게 당시 가요계의 분위기였지유. 돈도 들고 눈치도 빨라야 하는 디 지가 소질이 없어 포기했어유.”

이후 무역회사 전자회사 가구점 독서실 배터리가게…. 정말 밥먹고 살기 위해 여러 일을 전전했다. 하지만 소리와 멀어질수록 어린 시절 둑방에서 듣던 동네 아저씨의 태평소 가락이 귓전에 절절하게 울려왔다. 견딜 수 없어 80년부터 태평소를 배우기 시작했다.

92년 매제가 운영하던 카센터에서 차문도 열어주고 운전도 하던 시절.

“분명 나도 이 세상에 나온 이유가 있을텐디. 허전한 게 이건 아니여. 3년만 한번 소리에 매달려 볼텨.”

그해 마지막날 그런 결심으로 다시 태평소에 매달렸고, 그가 태평소를 연주한 공주농악과 금산농악이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차례로 장원을 받았다. 이광수 서유석 임동창 등과 어울리던 그는 뒷풀이 자리에서 한곡 멋지게 뽑은 뒤 그들의 등쌀에 밀려 6시간만에 ‘찔레꽃’ ‘하늘 가는 길’ 등이 담긴 첫 음반을 취입했고 SBS ‘임꺽정’의 주제가를 부르는 가수가 돼 버렸다.

“내 길 찾는 데 30년 가깝게 걸렸지유. 많이 돌았응께 의미가 있고 인기 돈 같은 것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마음도 비워졌어유. 요즘 어깨처진 사람들이 나 보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기를 바래유.”

공연문의는 02―279―6255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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