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일요스페셜」, 「수달남매」의 삶과 죽음 방영

  • 입력 1998년 5월 11일 09시 39분


달식이와 달미는 엄마 아빠가 없다. 그래도 씩씩하다.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수영을 한다. 배가 고프면 물고기와 개구리를 잡아먹는다. 때로는 둘이 힘을 합쳐 뱀을 잡는 사냥꾼이 되기도 한다.

강원 인제군 내린천 부근. ‘수달 남매’의 고향이자 집이 있는 곳이다. KBS1 ‘일요스페셜’은 24일 밤8시 ‘수달’편을 방영한다.

1년여 동안 수달의 삶과 죽음을 화면에 담은 자연다큐멘터리.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돼 있는 수달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멸종 위기에 있는 희귀동물이다. 더구나 수달은 야행성에다 민감한 성격이어서 방송가에서는 ‘출연섭외’가 까다로운 것으로 이름나 있다. 제작진은 해질녘부터 해뜨기 직전까지 계속되는 ‘잠복 근무’때문에 가벼운 풍에 걸리기도 한다.

신동만PD가 생후 3, 4개월된 수달 남매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것은 지난해 2월. 이미 어미는 사람이 설치한 통발에 걸려죽은 뒤였다.

아기 수달은 대체로 1년정도 어미의 보살핌 속에 성장한다. 수달전문가인 한성용박사(경남대교수)에 따르면 어미를 잃은 수달이 생존할 가능성은 20% 미만. 그래도 신PD가 달식 달미로 이름붙인 수달 남매는 저희들 힘으로 2백여일간 꿋꿋하게 자랐다.

카메라는 사계절을 배경으로 수달 남매의 일상과 수중생활 등 진기한 모습을 담았다. 섬진강 부근의 다른 수달 가족도 ‘조연’으로 출연한다. 수컷은 없지만 암컷이 두 새끼를 양육하고 있어 비교적 ‘정상적인’ 수달가족인 셈.

달식과 달미는 서로 의지하며 여름과 가을을 무사히 넘겼다. 그러나 12월중순, 뜻밖의 일이 발생했다.

동굴 앞에 설치된 리모트렌즈를 통해 움직임이 없는 달미의 모습이 포착된 것. “잠이 깊게 들었나”며 무심코 넘겼지만 달미는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이어 동굴 밖으로 나간 달식이가 낙엽을 옮겨 달미의 몸을 덮는 모습이 잡혔다. 격식을 차린 것은 아니었지만 달식의 몸짓은 분명 달미를 떠나보내는 장례식이 아니었을까.

신PD는 “수달이 살지 못하면 인간도 살 수 없다”면서 “인간과 자연의 아름다운 결합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프로를 위해 30분짜리 테이프 2백여개를 사용했다. 앞으로 NHK와 공동으로 동아시아 수달의 생태를 다룬 새 다큐를 제작할 예정. 지난해 3월에도 야생 상태의 수달을 방송사상 최초로 화면에 담은 ‘녹색보고―나의 살던 고향은’을 연출, ‘수달 아빠’로 불리는 신PD는 지금도 자나깨나 수달 생각뿐이다.

“혼자 남은 달식이는 잘 있을까….”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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