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파랑새는 있다」, 차력장면 자제 경고

  • 입력 1997년 6월 23일 20시 11분


「파랑새는 있는가 없는가」. 최근 KBS의 주말연속극 「파랑새는 있다」가 「문제아」로 떠오르고 있다. 차력사를 중심으로 밑바닥인생의 애환을 따뜻한 질감으로 그려내고 있는 이 드라마가 차력장면의 유해성 여부를 둘러싸고 작가와 방송사, 방송위원회 사이에서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 차력사로 등장하는 주인공 병달(이상인)을 비롯, 무명가수와 밤무대MC, 전직 창녀들의 삶을 진솔하게 그리는 이 드라마에서 차력은 비중있게 다뤄지는 중요한 장치다. 이상인은 차력을 익히기 위해 석달이상 「고행」에 가까운 실습을 했을 정도. 그런데 방송위가 최근 『어린이들이 차력술을 흉내내 불의의 사고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차력장면을 자제해 달라고 두차례에 걸쳐 KBS에 경고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KBS도 자체 심의를 통해 문제의 차력장면을 줄이거나 빼는 방법으로 방송위의 요구에 따르고 있다. 그런데 작가 김운경씨가 항변의 펜을 곧추세웠다. 김씨는 신동아 7월호에 「파랑새는 없다」라는 역설적인 제목의 기고를 통해 『차력사가 나오는 장면에서 차력은 위험하니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매운탕에서 매운 것 빼고 끓이라는 말』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방송의 역기능을 생각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위험한 장면마다 「흉내내지 말라」는 자막을 띄우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드라마 쓰기가 싫고 보따리만 싸고 싶다』며 괴로운 심경을 내비쳤다. 김씨는 「서울 뚝배기」 「형」 「서울의 달」 「옥이 이모」 등에서 삶의 본질을 꿰뚫는 대사처리와 극적구성으로 서민들의 애환을 잘 대변했다는 평을 들어온 작가. 그런데 「파랑새는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드라마 대본을 쓰고 있는 그가 『결국 파랑새는 없다』고 탄식하고 있는 형국이 돼버린 셈이다. 문제는 차력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차력 그 자체가 아니라 시청률이라는 것이 방송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금까지 「젊은이의 양지」 「첫사랑」 등 주말드라마의 압도적인 시청률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KBS가 최근 경쟁사에 밀리기 시작하자 홍두표사장이 이 드라마에 대해 「쓰레기」 운운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점이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최상식 드라마제작국장은 『방송위에서 차력부분을 경고한 것과 더불어 가족시청시간대에 밑바닥인생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점을 감안, 차력장면을 줄이는 등 조심스럽게 제작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윗선의 압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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