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념영화 「아편전쟁」 홍콩반환 의미 조명 화제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琴東根기자」 97년 6월30일은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되는 날. 최근 중국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한 영화 한 편이 화제속에 제작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97년 7월1일 전세계에 공개될 이 영화의 제목은 「아편전쟁」. 홍콩을 영국에 빼앗긴 계기가 된 이 역사적 사건을 재해석하면서 홍콩반환의 의미를 짚어보자는 상징을 띠는 영화다. 「아편전쟁」은 특히 중국 정부 차원에서 전세계 관객을 겨냥해 자금 및 인력 등을 대거 지원, 중국 최초의 「국제용」 영화라는 평을 듣고 있다. 장예모 첸 카이거 등 소위 「제5세대 감독」들의 영화가 이미 각종 세계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왔지만 이들은 중국 정부의 지원 없이 각자의 노력으로 세계화에 성공한 케이스. 하지만 「아편전쟁」 제작의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제작을 지켜보는 중국 영화관계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메가폰을 잡은 감독 시에 진의 작품 성향 때문. 중국의 전제정치와 경제적 후진성을 꼬집어온 「제5세대 감독」들과는 달리 73세의 시에 진 감독은 오랜 영화인생 동안 줄곧 공산당의 입장에 동조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제작해왔다. 정부에서 「아편전쟁」의 감독으로 그를 선택 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한 가지 진보적 영화인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것은 이 영화가 지나치게 민족주의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점. 시나리오를 훼손해가면서까지 영국인의 잔학성을 부각시키거나 중국인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이 공산당이 최근 민족주의를 새삼스레 강조하고 있는 분위기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보고 있다. 영화인들의 가장 큰 우려는 여기에 있다. 이같은 민족주의의 부상이 영화제작 전반의 냉각화로 이어진다는 것. 실제로 지난 4월 개최된 한 회의에서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영화인들에게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를 더 많이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뒤 검열의 가위날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실제로 한 영화는 제작이 한창 진행되던 중 제작중지 명령을 받기도 했다. 「제5세대 감독」의 대표주자격인 장예모는 『지금의 제작환경은 90년대 들어 최악』이라며 『더이상 타협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오면 영화제작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하지만 정작 영화인들을 어둡게 하는 것은 「엄격한」 검열이 아니라 「원칙이 없는」 검열이다. 영화인들은 『어떤 게 안되는지에 대한 원칙은 고사하고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원칙조차 없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아편전쟁」 제작으로 대표되는 중국 영화계의 최근 기류가 어떻게 전개될지 중국 안팎 영화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