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까먹는 ‘못난이 계열사’ 골칫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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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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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약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단계”
SB리모티브-롯데물산
“본궤도 오르면 개선될 것”

인수기업의 부진
SK브로드밴드-D&샵
적자탈출 묘수찾기 고민

국내 주요 그룹들은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의 한파를 뚫고 세계시장에서 약진했다. 주력 계열사들의 선전 덕분이다. 하지만 수십 개에 달하는 계열사 중에는 잘나가는 회사만 있는 게 아니다. 그룹 전체 실적을 까먹는 ‘못난이’ 계열사도 있다. 지난달 31일 주요 대기업들이 공시한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 자료에 나타난 실적을 토대로 영업 적자액이 큰 계열사들을 살펴봤다.

○ “시작은 미약하지만…”


신생 회사이거나 주력 사업이 초창기여서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계열사들이 있다. 삼성그룹 67개 계열사 중 지난해 가장 큰 영업 적자를 낸 곳은 SB리모티브로 영업 적자가 646억 원에 이른다. 삼성과 세계 1위 자동차 부품 회사인 독일의 보쉬가 중대형 전기자동차용 전지시장을 겨냥해 2008년 9월 합작 법인으로 출범시켰지만 아직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시제품만 제작하고 제품 양산에는 돌입하지 못한 상태다. 삼성 측은 올해 9월부터 양산에 들어가면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42개 계열사 중 지난해 실적이 가장 안 좋은 회사는 서울시 지하철 9호선 시설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서울시메트로9호선㈜이다. 지난해 412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올해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된 만큼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현대·기아차 계열사인 로템이 이 회사 지분 25%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여서 현대·기아차 계열사로 분류돼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엔 롯데물산이 영업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23층짜리 건물인 ‘제2롯데월드’ 건설을 진행 중인 롯데물산은 지난해 181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나타냈다. 2007년 189억 원, 2008년 264억 원에 이어 3년 연속 영업 적자다. 하지만 건물 준공 후 제2롯데월드 운영을 맡게 되면 알짜배기 계열사로 거듭날 것으로 롯데 측은 기대하고 있다.

○ 인수된 기업이 ‘못난이 계열사’ 전락

장래가 촉망돼 인수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계열사도 있다. 지난해 SK그룹에서 영업 실적 하위 1위, 2위, 4위 계열사가 2008년 말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서 새 가족이 된 기업들이다.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는 지난해 영업 적자가 1092억 원이나 됐고, 브로드밴드미디어(옛 하나로미디어)와 브로드밴드CS(옛 하나로CS)는 각각 469억 원과 113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SK그룹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의 유선 상품을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상품과 결합해 유무선 통합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SK텔레콤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GS그룹 계열사 중에는 온라인 쇼핑몰 업체인 D&샵이 지난해 103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해 69개 계열사 중에서 가장 실적이 나빴다. D&샵은 GS샵이 2007년 12월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주인 이재웅 씨의 주식 318만 주(29.34%)를 394억 원에 인수하면서 GS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하지만 인수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어 GS그룹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인수되던 해인 2007년 D&샵의 매출은 509억 원이었지만 2008년 446억 원, 지난해 240억 원으로 매출이 줄었다.

○ 불경기의 직격탄 맞아


LG그룹 53개 계열사 중에서는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LG실트론이 지난해 550억 원의 영업 적자를 보여 실적이 가장 나빴다.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반도체 경기가 안 좋아 고전했다. 영업 흑자를 내지 못하는 계열사가 20곳에 이르는 것도 LG그룹의 말 못할 고민 중 하나다. 적자를 내는 계열사는 아인텔레서비스, 브이이엔에스, 유세스파트너스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회사가 대부분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적자를 내는 회사 중에는 고객 서비스를 목적으로 설립돼 어느 정도의 적자는 감수할 수밖에 없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해운업 불황의 여파로 한진그룹 37개 계열사 중 가장 실적이 나빴고, 금호아시아나그룹 간판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신종인플루엔자A로 여행객이 감소하고 유가가 올라가면서 대규모 적자를 냈다. 한진해운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다. 건축자재와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컬러강판, 도금재 등을 생산하는 포스코강판은 경기침체로 주력 제품의 수요가 줄면서 포스코그룹 48개 계열사 중 지난해 영업 적자액이 가장 컸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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