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트랜시스의 공간 솔루션 ‘HTVM 24’. 시트에 내장된 장치가 승객의 생체 신호를 감지해 스트레스 지수가 커지면 마사지 기능이 작동된다. 현대트랜시스 제공
27일 경기 화성시 현대트랜시스 시트연구개발센터에서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이 집약된 공간 솔루션 ‘HTVM 24’를 체험해 봤다. 자동차 시트에 앉았을 뿐인데 호흡과 심박수가 실시간으로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에 나타났다. 시트에 내장된 레이더 센서와 체압 측정 장치가 승객의 생체 지수를 종합해 스트레스 지수를 표시한다. 전방에 위험 상황이 연출되고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자 자동으로 시트가 뒤로 젖혀지며 마사지 기능이 작동됐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자율주행차로 옮겨가며 자동차 시트도 단순히 승객이 앉는 공간을 넘어 첨단 기술을 탑재한 주요 부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날 연구센터에서는 소재를 경량화하고 공간 효율성을 높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전용 시트부터 탈부착이 간편한 목적기반차량(PBV) 시트까지 다양한 미래 기술을 볼 수 있었다. 자동차 시트는 3만 개가 넘는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 중 엔진 다음으로 비싼 부품으로 알려졌다. 현대트랜시스가 시트 기술 연구개발에 공들이고 있는 이유다.
현대트랜시스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 내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07년 시트연구개발센터를 준공했다. 2017년에는 하나였던 시험동을 추가로 증축했다. 시험동 2곳의 연구 인프라는 현대트랜시스의 시트 기술 혁신을 이끄는 ‘중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시험동에서는 180여 개의 안전·편의 검사를 수행하고 있다. 영하 40도부터 영상 80도까지 구현할 수 있는 복합환경진동(BSR) 시험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초로 타격식과 진동식 마사지 기능을 탑재한 ‘다이내믹 보디케어 시스템’ 역시 이러한 시험을 거쳐 탄생했다. 이 기술은 2월 출시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9 2열 시트에 실제로 적용됐다.
최근에는 온·냉열 등 고급 기능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능과의 연계성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앞서 체험한 생체 지수 인식 기술 역시 알고리고, AU 센서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됐다.
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 위주의 공급망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 다변화하고 수익 구조를 안정화할 계획이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과 루시드에 시트를 공급한 것을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글로벌 車 부품사들도 최첨단 시트 개발 ‘박차’
자동차 시트가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진화하는 트렌드는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차량 부품 업체인 프랑스 포비아는 전장부품 업체 헬라와의 합병을 통해 전기·전자 솔루션 분야에서 강점을 확보했다. 현재는 개인별 맞춤형 착좌 자세를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시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리어는 IGB 오토모티브 등 기능·부품 업체들과의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시트 모듈화 기술을 발전시켜 제조 공정을 효율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에디언트는 친환경 철강 생산 업체와의 공급망 계약을 통해 전기차와 탄소 배출량 저감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동화 흐름 속에서 자동차 시트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시트 시장 규모는 2023년 893억4000만 달러에서 2029년에는 1183억6000만 달러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4.8%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