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LNG’ 美로 대체하면 대미흑자 8.3% 상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7일 03시 00분


통상전쟁 ‘협상 카드’ 떠오른 LNG
중동 898만t 장기계약 작년말 끝나
가스公, 美업체 우선협상대상 선정
민간 정유사 “비싼 운송료 지원 필요”… 중동 국가들 “부당 지원” 반발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이 연일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주요한 협상 카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인도와 일본은 이미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겠다고 했고,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도 LNG 협력이 의제로 등장했다.

한국가스공사는 미국 LNG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장기 도입 계약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도 미국산 원유 및 LNG 수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비싼 운송료나 설비 변경 필요성 등으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산 LNG 최대 46억 달러 추가 수입 가능”

16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최근 다수의 미국 LNG 업체를 장기 도입 계약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전체 LNG 수입량의 약 80%는 한국가스공사가 차지한다. 만약 기존 중동산 LNG를 미국산으로 전부 대체할 경우 수입액은 46억4700만 달러(약 6조7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대미(對美) 무역 흑자(557억 달러)의 8.3% 수준으로, 그만큼 대미 무역 흑자 폭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가스공사와 1990년대부터 이어온 카타르, 오만과의 연간 총 898만 t 규모의 장기 계약은 지난해 말 종료됐다.

정부도 미국산 LNG 수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영국 석유 기업 BP로부터 약 158만 t의 LNG를 공급받을 예정인데, 이 중 상당수는 미국산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세계 LNG 시장에서 미국만큼 생산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국가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일 정상회담 후 일본 정부는 미국산 LNG 구매 확대와 미일 공동 알래스카 석유·천연가스전 사업 협력 논의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가스공사와 달리 민간 기업들이 당장 LNG 수입 지역을 중동에서 미국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에너지사 관계자는 “LNG는 쌓아둘 수 없기 때문에 기존 계약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산 물량을 늘리면 공급 과잉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유사들 미국으로 원유 수입처 변경 검토

한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민관 차원에서 미국산 가스와 원유 등 에너지 수입 확대에 나선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미국산 가스, 원유 수입 비중은 트럼프 출범 직전인 2016년에는 각각 0.2%, 0.1%에 그쳤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 동안 대폭 증가해 2023년에는 13.5%, 11.6%까지 늘었다. 특히 지난해 미국산 LNG 수입량은 571만 t으로, 전체 수입량의 12%를 차지했다.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격화되면서 국내 정유사들도 원유 수입처를 미국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석유기업 셰브런과 합작한 GS칼텍스, 수입처 다변화에 앞장서고 있는 SK에너지 등이 상황에 따라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미국산 원유는 경질유로 분류돼 중질유인 중동산과 비교할 때 정제 방법의 차이가 있어 추가 비용이 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질유 설비를 경질유로 바꾸려면 그만큼 정제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당장 (수입처 변경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이 확대되면 중동 국가들의 반발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그간 중동 국가들은 정부의 원유 도입처 다변화 지원 제도가 부당한 지원이라며 불만을 표시해 왔다.

#트럼프2기#통상전쟁#중동 LNG#액화천연가스#미국산 LNG 수입#협상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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