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일하고, 살고 싶은 ‘새로운 농촌’ [기고/송미령]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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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멋진 풍경과 먹거리가 있는 농촌여행은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로망이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프랑스 보르도, 칠레 마이포 밸리 등 세계 최고의 와이너리에는 포도밭과 함께 문화와 전통을 보존한 아름다운 마을들이 있어 늘 여행자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난개발과 소멸위기에 대한 걱정이 있지만 우리 농촌도 그에 못지않은 자원을 간직하고 있다. 비록 짧은 역사이지만, 영동 무주 문경 등의 와인은 고급 문화상품으로 농가소득 증대 및 농촌관광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유채꽃 단지 등 농촌 경관을 주제로 하는 지역축제도 인기다. 농촌이 가진 자원과 잠재력을 우리가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농촌 소멸 위기 극복을 넘어 초고령화, 인구 감소 등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농촌에 가보면 청년들은 농촌 관광, 로컬푸드 등 농업 이외 비즈니스에도 관심이 크다. 획기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갖고 도전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해발 500m 산 중턱에 차린 빵집, 못 쓰게 된 여관을 고쳐서 논밭을 보며 여유롭게 시골 풍경을 만끽하는 논멍·밭멍 카페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농촌이 매력적인 곳으로 인식이 바뀌면서 국민들의 라이프스타일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4∼5일은 도시에서, 2∼3일은 농촌에서 생활하는 ‘5도 2촌’, ‘4도 3촌’, 주와 월 단위로 ‘농촌에서 살아보기’ 등은 시골에 머물며 여가를 중시하는 은퇴 세대뿐만 아니라 ‘워라밸’과 ‘힐링’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에게도 주목받는 주거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맞춰 기존의 정주 인구 유치에서 벗어나 다양한 농촌 생활인구·관계인구 창출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즉, 농업이 아니어도, 농촌에 살지 않아도, 어떤 형태로든 농촌과 관계를 맺도록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여가 등 농촌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농촌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농촌소멸 대응과 농업·농촌의 새로운 발전 전기 마련을 위해 ‘농촌소멸 대응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 생활인구·관계인구 창출, 농촌 삶의 질 혁신 등 3대 전략의 큰 틀 아래에서 농촌을 창의적 공간, 스마트 공간, 네트워크 공간으로 전환해 완전히 새로운 농촌 공간으로 디자인해 나갈 계획이다. 농촌 비즈니스 창업 지원, 과감한 규제 혁신을 통해 사람·기업·자원·서비스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 가려 한다.

농촌소멸은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라 식량 생산 위기, 지역 불균형 심화 등과 연결되는 국가적 과제로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는 비어가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 더 이상 ‘농사를 짓는 땅’에 그치지 않고, 누구나 편안하게 살 수 있고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다. 농촌의 미래를 바꾸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는 일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농촌소멸#쉬고#일하고#살고 싶은 새로운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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