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인도, 내년초 첫 첨단기술대화… “과학강국 印과 3각협력”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한미 ‘6대 기술협력’ 인도까지 확대
印, 최근 우주-국방-IT분야 급성장… 美와 작년부터 연구-기술 협력 진행
반도체 공급망서 ‘中 대체’ 유일 국가… “장단점 분석, 균형적 科技외교 필요”

우주, 국방, 정보기술(IT) 등 분야에서 급성장하며 과학 강국으로 올라선 인도가 글로벌 과학기술 협력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 미국도 내년 초 인도와 과학기술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에서 9일 열린 ‘제1차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대화(CET)’에서 한국과 미국은 내년 초 인도를 포함한 한-미-인도 3국의 비공식 대화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3국이 첨단 기술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은 CET에서 반도체, 양자, 바이오, 배터리, 인공지능(AI), 디지털 등 6개 핵심 기술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는데, 기술 협력 파트너를 인도까지 넓힌 것이다.

세 나라의 회담이 이뤄지게 된 배경에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한 견제가 깔려 있다. 현재 미국은 핵심 산업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 첨단 기술 선점을 위해 한국, 인도, 싱가포르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늘려가고 있다.

인도는 과학 분야에서 최근 5년간 중국 다음으로 빠르게 성장한 국가로 손꼽힌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학계에 영향력이 큰 논문에 대한 국가별 기여도를 산출한 결과 가장 크게 성장한 나라는 중국, 2위는 인도, 한국은 4위였다. 동시에 올해 7월 기준 국가별 기여도가 높은 나라에서도 중국 1위, 한국 8위, 인도는 9위를 차지했다. 단시간에 세계적인 수준까지 성장했다는 의미다.

미국은 앞서 지난해 5월 ‘미국-인도 핵심 신흥 기술 이니셔티브(iCET)’를 발표하고 반도체, 우주, 국방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인도와 본격적인 연구 협력 및 투자를 이미 시작했다. 특히 우주 분야에서는 내년 1분기(1∼3월) 미국과 인도가 공동으로 개발한 지구 저궤도 관측 장비인 ‘NISAR’를 발사할 계획이다. 빌 넬슨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지난달 28일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를 방문해 2040년까지 인도의 자체 우주정거장 건설을 지원하고, 내년 초 국제우주정거장(ISS) 방문을 위해 인도 우주비행사 훈련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국 정부 및 민간 기업의 자본이 인도에 대거 투입되고 있다. 올해 6월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부품 제조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는 인도에 새로운 반도체 시설을 짓기 위해 각각 8억2500만 달러(1조890억 원), 4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강진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인도의 풍부한 과학기술 인력과 높은 공학 지식 수준, 저렴한 생산 단가 등을 고려하면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대체할 국가는 인도가 유일하다”고 분석했다.

인도가 과학 강국으로 급성장하면서 국내 과학계에서도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승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도-한국 과학기술센터 센터장은 “인도가 국제 분야에서 얼굴을 알리고 있는 현시점에서 인도와의 과학 협력은 한국이 다른 나라와 협력하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의 과학기술 발전 형태는 뾰족한 별 모양 같아서, 정부가 집중하는 우주, 국방 등 분야에서는 강하지만, 산업화에 필요한 과학기술은 대체로 발전이 더딘 상황이다. 이 센터장은 “인도의 강점과 단점을 분석해 밸런스를 맞춘 과학기술 외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韓#美#인도#첫 첨단기술대화#과학강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