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로봇이 냉장고 문짝 척척” 생산성 혁신 스마트 공장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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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공장’ LG전자 창원 공장
로봇-AI로 다품종 맞춤형 생산
‘디지털 트윈’, 사고 줄이고
작업자는 전문직으로 전환

LG전자 창원 공장 전경. LG전자 제공
LG전자 창원 공장 전경. LG전자 제공
LG전자의 가전 부문 최대 생산기지인 창원 공장이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공장’으로 변신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LG전자는 2017년 총 8000억 원을 투자해 창원 공장을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했다. 소비자의 취향과 소비 패턴이 다양해지는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고품질의 다양한 제품을 신속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건비 증가로 가전제품 마진율이 떨어지는 상황이었지만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대신 국내 설비를 강화하는 쪽을 선택했다.

공장 혁신을 선도적으로 추진한 결과 창원 공장은 지난해 3월 국내 가전 업체로는 처음으로 다보스포럼으로 유명한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하는 ‘등대 공장’이 됐다. 캄캄한 밤에 길을 안내하는 등대처럼 최첨단 기술을 생산 공장에 도입해 제조업의 미래를 비추는 공장이란 의미다. 생산 시스템의 혁신을 토대로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본부는 2021년 미국 기업 월풀을 제치고 ‘단일 브랜드’ 매출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LG전자 창원 공장이 비추는 스마트 공장의 현재와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3년 11월 1호(380호)에 실린 LG전자 창원 공장 기사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 로봇, 사람이 기피하는 공정 투입


창원 공장의 3층 생산 라인에는 키가 2m 정도 되는 로봇 팔 136대가 냉장고 문 부착이나 고주파 용접, 부품 조립, 포장 등 ‘인간 근로자’가 힘들어하는 공정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다. 그중에서도 평균 20kg에 달하는 문짝을 본체의 작은 구멍에 끼워 맞추는 로봇이 눈에 띄었다. 예전에는 사람이 하던 일인데 힘과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터라 모두 기피하는 공정이었다. 산재도 많아 퇴사율이 제일 높았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작은 실수에도 스크래치가 생겼고 시간대별로 효율이 달라 체력이 떨어지는 오후가 되면 불량률이 높아졌다.

지금은 이곳에 사람이 없다. 본체가 라인에 도착하면 로봇 팔이 1, 2초 만에 문을 붙인다. 더 대단한 것은 종류와 모양이 조금씩 다른 58종 냉장고를 한 라인에서 만든다는 것이다. 로봇들은 크기가 제각각인 문짝을 빠른 속도로 척척 붙였다. 로봇 팔 위에 붙어 있는 3D 카메라가 냉장고 본체를 촬영해 결합할 위치 정보를 정확하게 알아낸다. LG전자는 로봇 팔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3D 비전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해 로봇이 정확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컴프레서나 냉각기 등 화염이 튀는 용접 공정에서도 로봇의 활약이 돋보였다. 용접은 산화가스가 나와 위험도가 높은데 지금은 로봇들이 고주파로 13초 만에 해내고 있다. 용접 라인 로봇 팔들은 고주파 용접 기술을 딥러닝하고 카메라로 위치를 정밀하게 인식해 스스로 최적의 각도와 온도를 판단해 작업했다.

● 디지털 트윈으로 사고 예방


창원 공장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통해 실제 공장의 가동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LG전자 제공
창원 공장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통해 실제 공장의 가동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LG전자 제공
1층으로 내려오니 로비 오른쪽 벽면에 대형 모니터들이 보였다. 생산, 부품 이동과 재고 상황 등 실제 공장의 가동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이다. 실제 공장과 똑같은 쌍둥이 공장을 가상 공간에 재현한 것이다. 생산 공정마다 설치돼 있는 바코드와 센서, 운반 로봇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금 이 시간 실제 공정이 어떻게, 어떤 속도로 돌아가는지 환히 들여다볼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의 가장 큰 장점은 데이터 딥러닝으로 제품의 불량 가능성이나 생산 라인의 설비 고장 등을 사전에 감지해 예측을 통한 사고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출 라인의 경우 사출 온도가 900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920도, 940도로 올라가고 있다면 이런 상황을 미리 알려 문제 발생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이전에는 사람이 직접 제품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불량이 발생하면 어떤 설비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한 후 어떻게 수리해야 하는지 동분서주하면서 많은 시간을 썼다. 하지만 스마트 공장으로 바뀐 이후에는 불량 원인 분석 시간이 기존 대비 약 50% 단축됐고 불량률도 30% 정도 낮아졌다.

● 근로자, 로봇 컨트롤하는 전문직으로 변신


LG전자 창원 공장에서 로봇이 무거운 부품을 들어올리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 창원 공장에서 로봇이 무거운 부품을 들어올리고 있다. LG전자 제공
로봇이 위험하고 까다로운 작업을 도맡으면서 작업자들은 단순 반복 작업에서 벗어나 생산 라인이나 로봇 작동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컨트롤하는 데 집중하는 전문 생산자로 거듭났다. 공장 3층에 있는 ‘로봇교육센터’가 그 증거다. 이곳에서 교육생들은 로봇을 움직일 신경망 조직에 해당하는 프로그램들을 배우고 익히는 ‘로봇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PLC)’ 교육을 받는다. 이전에는 공장 내 기계장치를 관리하는 엔지니어 조직이 따로 있었는데 많은 공정에 로봇이 투입된 현재는 현장 생산직 근로자 대부분이 프로그래밍 일을 배우고 있다.

스마트화에 따른 인력 감축 우려에 대해 LG 측은 오히려 생산 물량이 늘면서 직원들을 더 뽑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단순 작업을 하고 무거운 물건을 나르던 생산직 근로자들이 전문 교육을 받으며 고도의 전문직으로 변하고 있다. LG전자는 2025년 창원 공장을 완공해 제조 혁신의 노하우를 오븐, 식기세척기 라인으로 확대 구축할 뿐 아니라 스마트 공정 기술을 해외 생산 법인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류재철 H&A사업본부장은 “LG스마트파크는 세계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는 고객 경험 혁신의 전초기지”라며 “첨단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가전 제조업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로봇#스마트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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