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의 길, 기술혁신![기고/장영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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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1987년 작은 바이오벤처로 출발한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2022년 연매출 273억 달러의 세계 12대 제약회사로 성장했다. 타미플루, 에이즈 치료제와 같이 세상에 없던 신약 개발에 매진한 덕분이다. 기술혁신을 통해 만들어낸 세계 최초 제품은 경쟁 기업과 초격차를 만들어주는 무기다.

우리 기업들은 이미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초라는 경쟁의 무대에 나서고 있다. 이는 추격형 연구개발(R&D)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독창적이고 혁신적 기술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기술의 대전장이다. 추격형 전략의 관성이 남아 있는 우리 연구개발 지원 체계에 과감한 체질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20년간 정부 연구개발 투자를 매년 8% 이상 확대해 왔다. 올해 정부 연구개발 투자액은 31조 원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세계 2위다. 그러나 전체 연구개발 예산의 50%가량이 1억 원 미만의 소형 과제다. 최첨단 도전적 연구에 대한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정부는 큰 변화 없이 예산만 확대해 온 연구개발 지원 체계를 개혁해 ‘R&D다운 R&D’를 추진키로 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전략 기술과 경제안보 기술에 집중 투자한다. 혁신성이 낮은 보조금 성격의 사업은 줄여 나갈 것이다. 국내외 연구자에게 연구개발 과제를 전면 개방하고, 국제 공동연구 예산을 대폭 늘려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세계적 수준의 대학·연구기관과 공동 연구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첨단산업 이공계 인력 양성 예산을 지난해 대비 17% 증액한 2300억 원으로 확대 편성해 미래 기술인재 육성에도 힘쓸 것이다.

이런 내용의 내년 R&D 예산이 확정되면 주요 연구소와 대학의 R&D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석·박사생 등 연구자들의 연구는 보다 도전적이고 진취적으로 바뀔 것이다.

정부 연구개발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실에서 시장으로 나가는 마지막 관문인 ‘기술사업화’에 대한 개혁을 동시에 이뤄야 한다. 기술사업화 지원 방식을 정부 주도의 출연형 지원 방식에서 융자·투자 등 민간 주도의 방식으로 전환하고 지원을 확대할 것이다. 우수 연구자에 대한 보상을 확대할 것이다. 연구자에 대한 기술료 수익 배분 비율을 50%에서 60%로 높이고, 이에 대한 비과세 한도를 50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연구자 창업 관련 규정을 정비해 연구자 출신의 기술백만장자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다.

최근 두 달 동안 기업·대학·연구소의 최고기술책임자, 연구진들과 다섯 차례에 걸친 릴레이 간담회를 가졌다. 정부의 연구개발 개혁 방향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계 시장은 혁신 제품의 각축장이다. 정부의 새 연구개발 지원 정책과 기술사업화 지원 방안이 혁신의 전장에서 뛰고 있는 기업인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초격차#기술혁신#장영진#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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